오직 당구에 매진하기 위해 학교를 자퇴했다. 결연했던 의지는 아마추어 여자3쿠션 랭킹 1위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제 시선은 프로당구(PBA) 무대로 향한다. 첫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PBA 무대에 입성한 한지은(21·에스와이 바자르)이 “이번 시즌 안에 우승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밝혔다. 변수도 많고, 적응해야 할 것도 많지만 오직 최정상을 목표로 시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그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드래프트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PBA는 시합 분위기가 많이 달라 기대가 된다. 빠르게 적응한다면 선배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추어 여자3쿠션 랭킹 1위인 한지은은 우선 등록 제도를 통해 2023~24시즌 PBA에 입성했다. 그 프로에 데뷔하게 된 우선 등록 제도는 국내·외 대회 입상 경력 경기력 등을 PBA 경기운영위원회가 평가해 1부투어 선수 등록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지은도 스페인 당구 전설 다니엘 산체스, 한국 3쿠션 간판 최성원 등과 함께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올라 ‘프로선수’가 됐다.
그는 지난 2019년 버호벤 오픈에서 세계 최강 테레사 크롬펜하우어(네덜란드)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내대회 3차례 정상에 오르며 아마추어 랭킹 1위 타이틀을 안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당구에 올인한 뒤 이뤄낸 성과다. 그의 PBA 입성 행보에도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아마추어와 PBA 무대는 다르다. 스롱 피아비(캄보디아) 김진아 등 한지은보다 먼저 PBA에 입성한 이들이 저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지은의 최대 과제도 새로운 무대에 대한 적응이다.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정상에 다다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한지은은 “시합들을 계속 돌려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 연습하면서도 세트제나 2점제 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PBA 공인구인 헬릭스로 연습하고 있다”며 “PBA는 점수제가 아닌 세트제라는 점에서 걱정도 되고, 2점제 때문에 멘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도 빠르게 적응을 해서 이번 시즌 안에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지은의 PBA 입성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건 앞서 아마추어 무대에서 치열하게 겨뤘던 피아비, 김진아 등과 다시 격돌하기 때문이다.
그는 “3~4년 정도 같이 못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겨뤄봐야 알 것 같다. 그래도 훈련만 열심히 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라이벌은 아무래도 나이가 같은 용현지 선수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는 연습도 많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눴다. 시합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많이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한지은은 PBA 무대에 입성하자마자 팀리그에도 참가한다. 에스와이는 신생팀 자격으로 5명의 선수를 먼저 영입했다. ‘최대어’ 산체스를 비롯해 이영훈·황득희·한슬기와 함께 한지은을 지명했다. 프로 입성 첫 시즌부터 개인투뿐만 아니라 PBA 팀리그에서도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
한지은은 “한 팀에 소속된다는 건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팀의 좋은 성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아직 팀경기를 많이 해보질 않아서 기대가 많이 된다. 신생팀이지만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