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SSG 랜더스의 교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5)가 첫 등판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엘리아스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고, 팀이 5-3으로 이겨 승리 투수가 됐다.
SSG는 올 시즌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에니 로메로가 어깨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고 떠났다. 김원형 SSG 감독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국내 선발진의 활약 속에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더라도, 강력한 외국인 투수의 존재감이 필요했다.
SSG가 오랜 기다림 끝에 영입한 투수는 엘리아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133경기에서 22승 24패 14세이브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쿠바 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SSG는 "구위, 제구, 변화구 구사 능력, 경기 운영 등 선발투수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을 두루 갖춘 완성도 높은 좌완 투수"라고 소개했다.
팀 타율 1위 LG를 상대한 엘리아스는 최고 시속 150㎞를 기록했다. 직구 비중이 절반(91구 중 49개)을 넘겼고, 체인지업(27개)과 커브 (15개)도 섞어 던졌다. 5-3으로 앞선 5회 초 1사 1, 3루에선 결정구 체인지업으로 오스틴 딘을 병살타로 유도했다.
제구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5이닝 동안 볼넷 4개를 허용했다. 스트라이크 비중이 58.2%(볼 41.8%)로 다소 적은 편이었다.
실점 과정에선 볼넷이 화근이었다. 2회 2사 후 김민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4회 역시 1사 후 오지환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문보경-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 더 뺏겼다. 이 과정에서 1루 주자 문보경이 3루까지 뛰다 아웃되는 행운이 따랐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중이 54.5%로 공격적인 투구도 강화해야 한다. 2회 김민성과 이재원 모두 초구 볼을 던져 어려운 승부를 펼쳤고, 결국 실점으로 연결됐다.
김원형 감독은 25일 "엘리아스의 변화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진다. 엘리아스가 변칙 투구를 하던데, 포심 패스트볼과 같은 투구 폼으로 변화구를 던지는게 낫겠다고 조언했다"며 "직구에 힘이 있더라. 슬라이더의 스피드가 좀 더 올라오면 좌타자 상대가 보다 수월할 듯 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첫 날이어서 다소 긴장감도 컸고, 앞으로 스트라이크존 적응도 필요하다"며 "3경기 정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엘리아스는 "처음 경험하는 리그에서는 누구나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한국처럼 야구 수준이 높은 곳에서 첫 경기에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데 오늘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의 성공 조건 중 하나는 한국 문화와 KBO리그에 대한 적응 여부다. 쿠바 출신의 엘리아스는 이날 등판을 마친 후 더그아웃에서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또한 경기장에는 그의 아내와 아들, 딸이 현장에서 관전했다. 그의 가족은 시즌 내내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엘리아스는 "가족들이 모두 경기장에 와서 응원해 줬기에 가족들에게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팀에도 든든한 동료가 있다. 같은 쿠바 출신으로 한국 무대를 먼저 경험한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뛴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