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 제작진은 ‘솔루션’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결혼’과 ‘이혼’을 소재로 하는 리얼리티 예능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결혼과 이혼 사이’(이하 ‘결이사’)가 찾은 차별화 포인트였다. 그렇다고 가볍게 해당 소재들을 다루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이사’ 시즌2의 박내룡‧이진혁 PD와 윤상 음악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실제 한 제작진은 시즌1 방영 당시부터 결혼과 이혼 사이에 있다가 시즌2를 앞두고 이혼을 겪었다”며, “프로그램은 누구보다 출연자들을 위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이사’는 결혼과 이혼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 네 쌍의 부부들이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현재진행형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5월 첫 공개됐으며, 지난 19일 시즌2의 닻을 올렸다. 시즌2는 공개 첫주 티빙 전체 오리지널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시즌1의 화제성을 이어갔다.
‘결이사’는 시즌1 당시 네 쌍의 부부들이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프로그램은 ‘사이 하우스’를 설치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마련했으나 극단적인 갈등 과정이 연이어 보여지면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자극적 모습만 보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더구나 일부 출연자들은 결혼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프로그램 종료 후 또다시 같은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제작진은 “솔루션을 주려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목하지도 않았다”며 다만 “부부들이 둘만의 시간을 갖고 관계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을 하면서 부부들을 이렇게 놔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둘만의 시간을 줬어요. 그 과정에서 이혼이냐, 결혼이냐 둘만의 솔루션을 찾았다 생각해요.”(박내룡 PD)
“저희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부부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 자체가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이진혁 PD)
제작진은 솔루션보다는 ‘이혼’ 자체의 과정을 담으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내룡 PD는 “‘이혼이 나쁜 건가’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 있다. 기존 방송에서 이혼이 좋지 않은 걸로 표현됐다면 우리는 그냥 이혼을 현실 그대로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이진혁 PD도 “만약 이혼을 한다면 서로 다투고 안 좋게 헤어지는 것보다 잘 헤어지면 좋지 않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은 “미리 본 시청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만약 자극적으로만 흘러갔다면 음악감독을 못 맡았을 것 같다”며 “부부들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솔루션이라 생각한다. 10일간 촬영이 진행되는데, 예전에서는 중립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던 부부들이 그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생각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제작진은 시즌1 촬영이 끝난 후에도 출연자들과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등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내룡 PD는 “출연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만난다기보다 만날 수 있을 때 만나고, 기회가 되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물어본다”며 “방송을 위해 이들을 소비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지 않다. 제작진으로서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진혁 PD 또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굉장히 큰 책임감이 들 수밖에 없다. 연애와 달리 ‘안 되면 안 되는 거지’라면서 쉽게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시즌2도 첫 공개된 후 출연자들에게 연락해 방송을 보고 다투진 않았는지, 방송 탓에 문제가 된 건 없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시즌2도 시즌1처럼, 가장 절박하고 진정성이 높은 부부들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비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이라서 홍보 목적인 듯한 신청자들은 제외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진혁 PD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진솔하게 하려는 분들을 섭외했다”며 “실제 미팅한 팀만 20여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내룡 PD는 “출연자 검증은 하지만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잘 모른다”며 다만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촬영하는 기간에는 최대한 부부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려 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시즌2에서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네 쌍의 부부들의 갈등이 그려진다. 다만 시즌1과 달리 출연 부부 모두 자녀가 있다. 제작진은 “출연 신청을 받고 선택을 하다 보니 모두 자녀가 있는 분들이더라”라며 방송에 어린 자녀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선 “우리도 우려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부부만의 이야기를 할 때는 아이들을 분리해 놓았는데, 장시간 따로 촬영할 수가 없어서 촬영지인 타운 안에 어린이집을 따로 만들었죠. 그래도 리얼한 현장이고 꼭 나와야 하는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아이들이 부부의 싸움을 보는 것도 있긴 해요. 저희들도 우려했지만 보는 분들도 불안감이 있겠구나 싶은 고민은 있었어요. 사전에 출연 부부들에게도 아이들이 불가피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촬영을 시작했어요.”
이번 시즌에선 가수 겸 음악프로듀서 윤상이 데뷔 33년 만에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윤상은 “굳이 드라마에만 OST가 있을 필요는 없다. 드라마든 영화든, 어디에서나 음악이 주는 힘이 있다. 예능에서도 필요하다 생각했다”며 “몰입감을 높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나도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이혼에 개인적으로 기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열어놓고 결혼과 이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좋은 기능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 감독을 제안 받기 전 ‘이혼 소재의 프로그램도 이렇게 진화했구나’ 싶었죠. 오히려 없는 얘기보다 리얼한 내용들을 작업하면서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다만 소재가 소재다 보니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죠. 출연자들이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발버둥치는 느낌도 있어야 했는데 그만큼 출연자들의 현재이자 미래가 담긴 거죠. 이런 이야기가 담긴 곡을 만드는 작업은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