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남녀복식), 동메달 1개(남자복식)를 따냈다. 20년 만에 나온 최고 성적이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격년제로 홀수해에 개인전, 짝수해에 단체전이 열린다. 한국은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3개(남자단식 은, 남자복식 동, 여자복식 동)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개인전 세계선수권 메달 3개를 기록했다.
한국 여자복식 대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신유빈(대한항공) 조는 지난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대회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첸멍-왕이디 조에 0-3으로 져 은메달을 기록했다.
한국 여자복식조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오른 건 1987년 양영자-현정화 조(금메달) 이후 36년 만이다.
신유빈의 성장, 전지희의 악바리 근성이 모두 돋보였다. 특히 4강전에서 여자복식 세계 1위 쑨잉사-왕만위(중국) 조를 3-0으로 완파한 게 하이라이트였다. 신유빈은 2021년 휴스턴 대회에서는 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뛰지도 못했다. 31세 전지희는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으로 지난해부터 전성기가 지났다는 악평에 시달렸다. 부동의 국내 일인자이면서도 유독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콤플렉스였다.
그러나 이들은 신유빈의 다재다능하고 파워풀한 포핸드, 전지희의 날카로운 백핸드로 환상의 복식 콤비로 거듭났다. 신유빈은 시상대에서 전지희에게 ‘우리 잘했어’라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고, “우승을 못한 건 아쉽지만 목표했던 메달을 따내 기쁘다”고 말했다.
남자복식의 장우진(미래에셋증권)-임종훈(한국거래소) 조는 결승에서 이 부문 세계 1위 판젠동-왕추친(중국) 조에 0-3으로 졌다. 이들은 2년 전 휴스턴 대회에서도 남자복식 은메달을 따냈고, 이번에 2연속 은메달을 기록했다. 남자복식의 이상수-조대성(이상 삼성생명) 조는 동메달을 따냈다.
중국이 세계 탁구 부동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그 틈새를 비집고 지난 도쿄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런 가운데 한국 탁구도 이번 멀티 메달 획득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남자복식의 장우진-임종훈 조는 메달 안정권에 들어선 듯한 안정감을 자랑했고, 전지희-신유빈 조도 세계 1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단식에서는 여전히 중국세가 너무나 강하지만, 복식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건 복식 종목 메달 가능성과 더불어 단식과 복식이 혼합되어 펼쳐지는 단체전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한국 탁구는 올 하반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테스트한 후 내년 파리 올림픽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