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무실점 경기를 펼친 데는 단연 골키퍼 문현호(20·충남아산)의 존재감이 빛났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비아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경기를 앞둔 두 팀은 일찌감치 16강행을 결정지은 만큼 차분한 경기가 예상됐다. 전날 김은중 감독 역시 "무리하게 체력을 소진할 필요 없다"고 했을 정도로 이미 로테이션이 예고됐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은 직전 온두라스전에 나온 이영준(김천 상무)·이승원(강원FC)·김지수(성남FC)를 제외한 7명을 감비아전 선발 명단에서 뺐다. 앞서 프랑스전·온두라스전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빠진 김준홍(김천 상무)의 자리에는 문현호가 차지했다.
그리고 '세컨드 골키퍼' 문현호는 이날 무실점의 주역이 됐다. 다소 잠잠한 전반전을 마친 뒤, 후반전 감비아와 김은중호는 템포를 올리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특히 감비아는 후반 1분 만에 아마다 보장이 노마크 헤더 찬스를 잡았다. 보장은 바로 앞에서 헤더를 시도했는데, 문현호는 침착하게 이를 막았다. 4분 뒤엔 안정적인 펀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21분이었다. 교체 투입된 살리푸 콜리가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문현호는 역동작에 걸렸으나, 왼팔로 감각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공은 다시 골문을 맞고 나왔는데, 문현호는 침착하게 캐칭하며 실점을 막았다. 현지 관중도 문현호의 선방에 박수를 보내는 장면이 중계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SBS 해설진은 그를 향해 '문나룸마(문현호+지안루이지 돈나룸마)'라 칭송했다.
이날 감비아는 5개의 유효 슛을 시도하며 한국을 압박했지만, 모두 문현호의 선방에 고개를 떨궜다. 후반 치열한 접전 끝에 두 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졌다.
FIFA도 문현호의 활약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FIFA는 경기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콜리의 슛이 문현호의 팔에 막히면서, 감비아는 오늘이 자신들의 밤이 아님을 결론 내렸다"며 문현호의 활약을 조명했다.
매탄중·매탄고 출신의 문현호는 2017년 매탄중 시절 전국 중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당해 골키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2022년 자유선발로 K리그2 충남아산FC에 합류, 프로 무대를 밟은 뒤 4경기 소화했다. 이번 시즌에는 아직 리그 출전 기록이 없다. 청소년 대표로는 이날 전까지 7경기 출전해 1실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U-20 월드컵 대회에 나서 출전 기록을 8경기로 늘렸다.
한편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한 짧은 질의 응답에서 문현호는 "대회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에서 첫 무실점 경기를 이끈 문현호의 활약에 김은중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안게 됐다.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한 김은중호의 다음 상대는 B조 2위 에콰도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