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영하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학교폭력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이 열린 후 보류 선수 신분이었던 그의 1군 복귀가 가능해졌고, 두산은 선고 후 바로 그와 1억2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보류 선수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연봉도 전액 보전했다. 이영하는 1일부터 퓨처스(2군)리그에서 몸을 만들며 실전 감각을 다지고 있다.
불펜 선수층이 얇았던 두산에는 천군만마다.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영하는 지난 2019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활약, 두산의 마지막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탠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3년 동안 부진했다. 이 기간 선발로 50경기에 나섰으나 10승 20패 평균자책점 6.04에 그쳤다. 매년 선발로 시즌을 출발해 도중 불펜으로 강등됐다.
그런데 불펜으로는 달랐다. 같은 기간 구원으로 48경기 60과 3분의 1이닝을 던진 이영하는 2승 7홀드 평균자책점 1.49로 변신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수호신이 됐다. 2021년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오르게 된 중심에도 이영하가 있었다. 그는 특히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불펜으로 3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리즈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올해 보직도 불펜이 될 예정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달 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이제 홀가분한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다른 생각 말고 야구에 집중해 팀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며 "무죄가 나왔지만, 구설이 있었다는 건 프로선수로서 좋은 게 아니다. 유·무죄를 떠나 앞으로 생활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현재 컨디션이) 불펜 피칭을 할 정도라고 보고 받았다. 등판 결과에 따라 1군에서 뛸 기회가 생긴 만큼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하면 부를 생각"이라며 "선발 준비를 한다면 한두 달 정도 걸리지 않을까 한다. 올 시즌에는 선발로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만약 복귀한다면 릴리프(불펜)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람으로서 모범도 필요하지만, 프로 선수는 실력도 중요하다. 두산은 박치국·정철원·홍건희 등으로 필승조를 운영 중이다. 이승엽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5월에 이르기까지 뒷문을 지키기 위해 여러 실험을 펼쳤다. 이병헌, 최지강 등 젊은 투수들을 기용했다. 베테랑 김강률도 복귀했으나, 평균자책점 20.25로 무너진 후 말소됐다. 아직 경험 많은 구원 투수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두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83(9위·5월 31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이영하가 합류해 지난 3년 동안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고 후 이영하는 "그동안 몸을 잘 만들었다. 작년에 시즌을 마치지 못해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빨리 팀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사실을 잘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몸을 잘 만들었기에 팀이 불러준다면 언제든 가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오늘부터 열심히 운동하겠다. 내가 없는 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을 투수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관전 요소는 역시 제구다. 지난해까지도 최고 150㎞/h를 넘는 강속구를 던졌던 이영하다. 그는 1일 퓨처스 첫 등판에서도 최고 149㎞/h(평균 148㎞/h) 강속구를 던지며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9이닝당 볼넷이 5.24개에 달했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60.3%에 그쳤다. 9개월 동안 마운드에 서지 않아 투구 감각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트라이크만 제대로 던질 수 있다면 이영하가 6월 이후 치고 올라가고자 한 이승엽 감독의 '조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