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금빛 발차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일 금메달 소식이 날아들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상현(20·한국체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7㎏급 결승에서 이반 사피나(크로아티아)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5년 마드리드 대회 오선택 이후 18년 만에 한국이 이 체급에서 시상대 중앙을 차지했다.
‘깜짝 우승’이었다. 강상현은 지난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1진 태극마크를 단 중량급 기대주다. 그는 패자부활전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29위인 강상현은 세계 무대에서 입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승까지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강상현은 16강부터 WT 랭킹 1위 이카로 미구엘 소아레스(브라질) 7위 아흐메드 라위(이집트)를 연파하고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준결승에서는 자신보다 신장이 9㎝ 큰 아리안 살리미(39위·이란)를 상대로 긴 다리를 활용한 머리 공격을 앞세워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전도 접전이었다. 사피나를 상대로 1, 2라운드 모두 선취점을 내줬지만, 집중 공격에 성공해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2라운드 경기 종료 48초 전까지 1-6으로 뒤졌지만, 몸통 공격 4개를 성공하며 단박에 9-7로 역전했다.
강상현은 지난달 30일 남자 58㎏급 정상에 오른 배준서(22·강화군청)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의 세계선수권 4연패 기대감도 커졌다. 한국 남자부에서 지난 2017년 무주, 2019년 영국 맨체스터, 2022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까지 3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3일 차까지 배준서와 강상현이 금메달, 진호준(21·수원시청)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둔 1년 앞둔 시점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은 호성적을 기대할 만한 요소다. 한국은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16 리우 올림픽까지 40개 금메달 중 22개를 쓸어 담았다.
그러나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처음으로 ‘노골드’ 수모를 당하며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 당시 한국은 남자부에서 장준(58kg급) 이대훈(68kg급) 인교돈(80kg급)이 출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력 하락 탓인지 장준과 인교돈만 동메달을 땄다. 그때 장준과 이대훈이 각 체급 WT 랭킹 1위, 인교돈이 2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과였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태권도의 입상 소식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향후 한국 태권도를 이끌어야 할 재목들이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서 올림픽 명예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포스트 이대훈’으로 불리는 진호준은 지난해 10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후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 맨체스터 대회(남자 54㎏급) 이후 4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왕좌를 되찾은 배준서도 첫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딴 강상현의 등장도 호재다. 다만 이번에 금메달을 딴 87㎏급이 올림픽 체급이 아니다. 강상현은 80㎏ 이상급 출전을 열망하고 있다. 이 체급은 남자 최중량급인 만큼 다양한 체격 조건을 갖춘 강자들이 득실댄다. 강상현의 올림픽 랭킹도 65위에 불과하지만, 출전 의지가 가득하다.
강상현은 “내 체격이 세계로 나가면 작고 왜소할 수 있는데, 그게 단점만은 아니다. 그만큼 스피드가 있다”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면 진짜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훈 코치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진호준은 “여기서는 2등을 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남은 아시안게임과 그랑프리에서 1등을 하고 올림픽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배준서 역시 “지난 4년 동안 힘든 일도 있었고 부상도 많았다. 포기하지 않고 훈련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남은 기간 올림픽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