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핸드볼협회는 지난해 4월 프로화를 깜짝 선언했다. 실업리그로 진행 중인 핸드볼코리아리그를 2023~2024시즌 프로리그로 전환, 겨울 대표 실내스포츠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2020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재선임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리그 선진화 방안을 주문한 뒤 고심을 거듭한 협회가 내놓은 결론이 바로 '프로화'였다.
지난 2일 대한핸드볼협회는 프로리그(H리그) 전담 자회사 한국핸드볼연맹을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안지환 대한핸드볼협회 운영본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핸드볼연맹은 프로리그를 전담하는 사단 법인체라고 보면 된다. 배구의 KOVO(한국배구연맹), 농구의 KBL(한국농구연맹) 같은 단체다. 다만 협회 자회사 형태로 협회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프로리그의 여러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며 "연맹이 없어서 '프로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누가 하는 거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제 설립 허가가 났다. 3월 말 서울시에 신청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한국핸드볼연맹 총재는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이 겸직하고 세부 조직은 향후 별도로 구성할 방침이다.
연맹 설립으로 큰 틀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022년 10월 프로리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 뒤 그해 12월 통합 마케팅을 담당할 협회 자회사(법인명 에이치아이마케팅)를 설립했다. 핸드볼 프로리그는 연맹이 구단 및 리그의 모든 스폰서 및 라이센싱, 미디어 등을 마케팅 자회사를 통해 통합 관리하고 각 구단은 현재와 같이 선수단 및 경기 운영에만 집중한다. 야구·축구·농구 등과 달리 공사와 시청, 도청, 공단에서 운영하는 팀이 많은 핸드볼의 특징을 고려한 판단이다.
핸드볼 프로리그는 오는 11월 출범을 앞뒀다. 지난 1월 말 프로리그 추진위원회, 협회, 외부 전문가, 실업구단 프런트·감독으로 구성된 프로리그 운영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한 뒤 프로리그 운영에 필요한 주요 사안이 논의되고 있다. 안지환 운영본부장은 "남자부 경기 수는 (핸드볼코리아리그와 비교하면) 조금 늘어나고 여자부는 동일할 거 같다"며 "초창기에는 각 구단 마케팅 인력이나 경기장 시설이 100% 뒷받침하기 어려워서 홈·어웨이 형태가 아닌 지역 순환형으로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핸드볼코리아리그처럼 프로 경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몇몇 구장을 확정한 뒤 돌아가면서 경기를 치르는 시스템이다.
바뀌는 것도 있다. 안지환 운영본부장은 "이전에는 평일 낮에 경기하기도 했는데 (프로가 출범하면) 가급적 평일이면 저녁 시간에 운영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일부 자리를 시범적으로 유료화했었는데 (프로리그로 시작하면) 관중은 당연히 유료화할 거"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선수(용병)도 당장은 아니지만 농구처럼 트라이아웃하는 방법 등을 총괄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