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사인대로 던지자고 했다. 너무 안 맞으려 하니 템포가 늘어지고, 볼과 변화구가 많아졌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최근 제구 난조로 고전하는 신인 김서현(19)에게 처방전을 내렸다.
김서현은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루키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서울고 시절부터 이미 최고 시속 156㎞ 이상의 강속구를 던진 그는 1군에 데뷔해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 이상을 기록, KBO리그 역대 구속 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직구뿐 아니라 슬라이더 등 변화구 레퍼토리도 다양한 편이다.
그런 김서현이 최근 부진하다. 5일 기준 평균자책점이 4.67로 다소 높다. 한화는 그를 5월 12일 최원호 감독 부임 후 필승조로 기용해왔지만, 5월 말부터 평균자책점이 꾸준히 오르더니 급기야 6월 3경기 평균자책점은 11.57에 달한다.
부진한 이유는 결국 제구다. 김서현은 6월 실점한 2경기 각각 볼넷을 3개씩 내줬다. 시즌 9이닝당 볼넷이 6.23개로 높고, 6월만 따지면 23.14개에 달한다. 6월 스트라이크 비율이 48.4%에 불과하다.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이 머리를 비우고 던지길 권했다.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김서현이 좀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첫 번째로 포수 사인대로 던지자고 했다"며 "너무 안 맞으려고 하니 생각이 많아지고 템포가 늘어진다. 볼도 많아지고 변화구도 많아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투수 파트를 통해 직구 비율을 좀 높이면 좋겠다고 오더를 줬으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최 감독은 "그래서 포수 사인대로 던지라고 했다. 생각하지 말고 템포만 빨리해서 던지자 했다. 공 배합이 문제가 아니라 볼을 던지는 게 문제라서다"라고 전했다.
이어 팔 각도도 고정한다. 최 감독은 "원하는 대로 공이 들어갈 때는 팔을 올렸다 내렸다 오가도 상관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팔 각도 변화를 주면 일정한 투구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정함을 유지할 때까지는 올리든 내리든 하나로만 던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서현에게 물어보니 내려서 던질 때가 훨씬 낫다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도 내렸을 때 밸런스가 더 좋았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기본적으로는 투수가 원하는 걸 던지는 게 맞다"면서도 "문동주나 김서현의 경우는 단순하게 하는 게 낫다. 두 선수에게는 아예 '유인구도 던지지 마'라고 했다. 지금 맞아서 문제가 아니고 볼을 던져서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맞아서 문제면 (주전 포수인) 최재훈 탓을 하면 된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게 없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