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6행정부는 지난달 31일 아시아나항공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계약을 활용해 제3자가 총수 중심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 금호고속을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고속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81억4700만원을 부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스위스 게이트그룹에 30년간 기내식을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대신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로 인수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이를 통해 게이트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상당의 자금을 0% 금리, 만기 최장 20년의 조건으로 조달했다. 공정위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 관리를 받는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을 회복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했다고 봤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 그룹 여러 계열사에 부과된 부당 지원 과징금은 32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날 "법원은 기내식 공급 계약이 없었다면 게이트그룹이 BW를 인수할 이유가 없었다고 판시했다"며 "제3자를 매개함으로써 기내식 공급 계약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금호고속과 그 지배주주인 박삼구에게 귀속됐음이 인정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소송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대표권 남용 및 배임 행위로 행해진 기내식 공급 계약은 무효이므로 공정위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법상 의무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부당한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고, 그간의 제재·판결례를 보더라도 총수 일가의 배임적 사익 편취 행위는 부당 지원 제재 대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은 지배력 유지·강화를 목적으로 기업집단 외부의 제3자를 매개로 우회적으로 이뤄진 부당 내부거래도 위법하고, 거래의 사법상 효력 여부를 떠나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제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