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가 열린 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전반 6분이 되자 양 팀 서포터스가 응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에 박수를 쏟아냈다. 2년 전 세상의 별이 된 고(故) 유상철 전 인천 명예 감독을 추모하는 박수였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영웅인 고 유상철 감독은 지난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투병 중에도 그는 벤치를 지켰고, 그해 인천의 1부리그 잔류까지 이끌어냈다.
이후 그는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나 치료에 전념했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잘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인천이 부진할 땐 유 감독의 현장 복귀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그는 1년 8개월여의 투병 끝에 2021년 6월 7일 세상과 작별했다. 향년 50세. 인천 사령탑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 124경기에 출전하는 등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만큼 축구계의 슬픔도 컸다.
유 감독을 떠나보낸 지 2년. 이날 축구장을 찾은 팬들은 모두가 유 감독을 추모했다. 경기장 한편에는 유 감독을 추모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경기 시작 6분이 되자 장내 아나운서 안내에 따라 양 팀 서포터스도 응원을 멈췄다. 유 감독의 생전 등번호가 6번이었다.
비단 인천 서포터스나 팬들만이 아니었다. 반대편 응원석을 가득 메운 서울 팬들도 역시 응원을 멈추고 유 감독을 추모하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킥오프 전부터 이미 양 팀 서포터스 간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졌지만, 유 감독을 기리는 전반 6분부터 1분간만큼은 인천과 서울 팬들 모두 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