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RE(Re examination). 일이나 사물의 가치를 다시 들추어 살펴본다는 이 말을 스타에 대입해 보려 합니다. 아니, 스타보다는 한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군요. TV·영화·연극·뮤지컬·OTT·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에 등장한 인물 중 왠지 모르게 자꾸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소개하려 합니다. 리(re)스타? 이 스타! <편집자주>
“야생의 굶주린 늑대 같아요.”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자 마동석은 배우 이준혁이 연기한 주성철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준혁은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에서 극악무도한 빌런 주성철 역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악독한 빌런 연기만으로 화제를 모은 게 아니다. 연기력에 걸맞은 외모까지 주목받아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런 빌런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면 과장일까. 그러나 실제로 ‘범죄도시3’를 본 뒤 그에게 푹 빠져버린 팬들만 여럿이다. 이준혁에게 묻고 싶다. “이런 얼굴도 있었어?”라고.
이준혁은 그간 여러 차례 빌런 연기를 선보여왔다. 2012년 KBS2 ‘적도의 남자’부터 천만영화 ‘신과함께’(2017·2018) 시리즈, tvN ‘비밀의 숲’(2017·2020) 시리즈, ‘60일, 지정생존자’(2019)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설득력 있는 악역을 그려냈다.
그러나 작품을 위해 20kg를 증량해 몸집을 키우거나, 하얗던 피부를 까맣게 태우고, 생생한 캐릭터 구현을 위해 보이스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었다. “사람들한테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이준혁의 말처럼 ‘범죄도시3’는 대중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을 터다. 이준혁의 노력이 통한 걸까. ‘범죄도시3’는 8일 누적 관객 수 626만 7707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혁은 1984년생으로 올해 나이 40세다. 그는 지난 2007년 타이푼 ‘기다릴게…’ 뮤직비디오에 캐스팅되며 데뷔했다. 그 후 KBS2 ‘드라마시티’, SBS ‘조강지처 클럽’, KBS2 ‘수상한 삼형제’(2009), ‘적도의 남자’(2012), ‘맨몸의 소방관’ 등에 출연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건 2017년 ‘비밀의 숲’을 통해서다. 이준혁은 극중 비리검사 서동재 역을 맡아 얄밉고 능글능글한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모델 뺨치는 미남이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이 있어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가진 인물이다. 이준혁은 그런 서동재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특히 시즌1에서는 ‘느그동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다 시즌2에서는 ‘우리동재’로 불리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준혁은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로 찾아올 계획이다.
‘비밀의 숲’이 방송된 같은 해에 영화 ‘신과함께’가 공개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이준혁은 소대장 박무신 역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분량이 적었음에도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각종 무대인사에 참여했고, 이 작품을 통해 마동석과 연을 맺게 됐다. ‘신과함께’는 ‘죄와 벌’(2017)이 1441만 관객을, 2편인 ‘인과 연’(2018)은 1227만 관객을 모으며 쌍천만 시리즈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출연했다. 전작 ‘비밀의 숲’에서 악역으로 등장했던 것과 달리 고학력 물리치료사로 등장해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낮은 시청률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준혁의 연기 자체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준혁은 이후 ‘너도 인간이니’(2018), ‘60일, 지정생존자’,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2020), ‘어사와 조이’(2021) 등에 출연해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이준혁은 올해로 16년차 배우가 됐다. 이미 많은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멈추지 않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범죄도시3’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이준혁이 다음엔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지 궁금증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