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발표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최종 엔트리 관심사 중 하나가 구창모의 대표 발탁 여부다. 구창모는 지난 3일 왼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 부분) 굴곡근이 미세 손상돼 1군에서 빠졌다. 당시엔 AG 출전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묘하게 바뀌었다. 강인권 NC 감독이 지난 6일 구창모의 복귀 시점으로 '올스타 브레이크 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7월 13일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7월 중 복귀라면 9월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지 않다.
'건강한' 구창모는 국가대표로 손색없다. 올 시즌 부상 전까지 그는 9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0.215,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9로 안정적이었다.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가 위력적.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고 팔 스윙도 짧아 타자가 공략하기 까다롭다. 일찌감치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왼손 에이스로 주목받아 세대교체를 목표로 하는 이번 AG 대표팀 방향성에도 부합한다.
지난 4월 발표한 AG 예비 명단에 포함한 왼손 투수는 총 24명(아마추어 선수 제외)이다. 60명이 넘는 오른손 투수와 비교하면 후보군부터 적다. 선발 투수로 활용 가능한 왼손 자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김윤식(LG 트윈스) 이의리·윤영철(이상 KIA 타이거즈) 정도가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데 다른 국제대회 때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더욱이 김윤식은 들쭉날쭉한 피칭, 이의리는 제구 난조가 심각하다. 윤영철은 올 시즌 신인으로 경험이 많지 않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구창모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부상 중인 선수를 뽑을 수 있느냐다. 구창모가 7월 중 복귀한다는 건 아직 가정에 불과하다. 만약 국가대표로 뽑았는데 재활 치료가 더디게 진행되면 그로 인한 부담을 대표팀이 떠안아야 한다. 특히 구창모는 2020년 왼 전완부 피로골절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비슷한 부위를 다친 이번 부상을 마냥 쉽게만 볼 수 없다.
AG은 금메달 획득 시 병역특례법에 따라 군사훈련만 마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는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구단마다 물밑에서 병역 미필 선수의 국가대표 승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이유다. 구창모도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AG 출전 여부가 중요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사인한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의 기간도 '병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 그의 국가대표 여부가 자칫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실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픈 선수를 뽑는 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대표팀에 왼손 에이스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복귀 가능 날짜만 보고 국가대표를 뽑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