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들’이 공개되기 이틀 전인 7일, 김주환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김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수천, 수만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며 김새론을 통편집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지만, 내놓은 결과물은 과연 최선이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지난 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이 베일을 벗었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총 8화로 구성됐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사냥개들’은 11일 기준 넷플릭스 TV시리즈 부문 글로벌 6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사냥개들’에 “캐릭터는 좋은데 이 정도면 민폐다”, “한 사람 때문에 작품 퀄리티가 낮아졌다” 등 불평을 토로했다. 김새론 때문이다.
‘사냥개들’은 2021년 제작 소식과 함께 기대작으로 언급돼 왔다. 웹툰을 원작으로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우도환, 이상이, 김새론, 박성웅, 허준호까지 라인업도 화려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김새론이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가드레일, 변압기, 가로수를 여러 차례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우려가 커졌다. 김새론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출연 예정이던 작품들에서 하차했다. 당시 촬영 막바지에 돌입했던 ‘사냥개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사냥개들’ 측은 김새론 분량 편집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새론을 주인공에서 제외시키고, 촬영을 중단하는 등 급히 수습에 나섰다고 했다. 당초 ‘사채업계에 발을 들인 세 젊은이가 거대한 세력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됐던 ‘사냥개들’은 ‘두 청년 이야기’로 바뀌었고, 출연자 명단에서도 김새론의 이름은 빠졌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역시 김새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냥개들’ 공개 직후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분량 최소화”라는 김주환 감독의 말이 무색하게 김새론은 총 8화 중 1~6화에서 주연 배우들과 견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통편집 혹은 일시적인 등장으로 알고 있던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게다가 김새론이 맡은 역할은 사채판의 전설 최사장(허준호)의 후계자 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인물로 등장했다.
물론 현주가 건우, 우진과 불법 사채업체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통편집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었을 터다. 그러나 편집을 한 것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등장이 잦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도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대중의 싸늘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김새론이 등장할 때마다 음주운전 사고의 이미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우도환, 이상이의 브로맨스, 화려한 액션만으로는 이를 덮고 갈 수는 없었다.
특히 주연인 우도환과 이상이는 ‘사냥개들’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작품 속 탄탄한 근육질 몸과 능숙한 액션 연기가 이들의 노력을 증명한다. 두 사람은 작품을 위해 복싱을 배우고 액션 훈련을 하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캐릭터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네 끼를 먹으며 10kg 이상 체중을 증량했다.
김새론 역시 캐릭터에 맞게 숏컷으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가죽 재킷을 입는 등 전에 없던 파격 변신에 나섰다.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퇴장하긴 했지만, 연기 자체에 아쉬운 점은 없었다. 아역부터 이어온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사냥개들’은 김새론을 비롯해 모두에게 아쉬운 작품으로 남게 됐다. 차라리 ‘김새론 분량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며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분량을 최소화했다”는 김 감독의 발언이 화를 더 키운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