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가 막강한데 득점 지원까지 넉넉하다.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프로야구 외국인 투수 시즌 최다승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디는 지난 9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10승(1패)째를 따냈다. 12경기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 1993년 정민철(당시 빙그레 이글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최소 경기 10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임선남 NC 단장은 "(영입 당시)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기록까지 세울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시즌 20승도 가능한 페이스다. 프로야구에서 시즌 20승을 기록한 건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마지막이다. 알칸타라가 역대 21번째 대기록을 수립한 뒤 명맥이 끊겼는데 페디는 더 나아가 2007년 다니엘 리오스·2016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두산)가 세운 외국인 투수 시즌 최다승 기록(22승) 경신까지 노려볼 만하다. 그만큼 빠르게 승수를 쌓고 있다.
승리를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일단 잘 던진다. 페디의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h를 가뿐하게 넘는다.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높다. 여기에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니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는다. 제구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9이닝당 볼넷이 2.24개로 적다. 강력한 구위에 완급조절 능력까지 빼어나다.
잘 던져도 득점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페디는 팀 타선과 궁합이 일품이다. NC 타자들은 페디가 마운드에 있을 때 평균 6.25점을 뽑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1위. 이 부문 최하위 아리엘 후라도(키움 히어로즈·2.08점)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임선남 단장도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 페디가 등판하는 날마다 타선이 폭발한다.
시즌 팀 최다 득점 경기(5월 29일 KT 위즈전, 16득점)와 두 번째로 득점이 많았던 경기(5월 20일 삼성 라이온즈전, 14득점) 모두 선발 투수가 페디였다. 지난달 2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선 4회까지 팀 타선이 무려 10점을 지원했다. 그의 평균자책점이 1.74라는 걸 고려하면 90%가 넘는 승률(0.909)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페디는 "선발 등판할 때마다 타선에서 많은 점수를 내줘서 정말 고맙다. 타선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며 웃었다.
NC 코칭스태프는 페디의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한다. 4월 월간 평균 103.5개였던 경기당 투구 수가 5월 97.8개로 줄었다. 6월 다시 투구 수를 늘리고 있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개인 기록에 욕심이 생기지만 한 경기씩 집중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항상 팀의 일원으로서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