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최채흥(28)은 고민이 있었다. 구속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투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중심이동이 잘 되지 않았다. 투구 동작을 신경 쓰면서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실전에서 자신의 폼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았다. 임의대로 고치다 보니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그러던 최채흥이 떠올린 것은 소셜미디어였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2군) 중계가 많이 없어 자신의 영상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에게 팬들의 영상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최채흥에게 직접 영상을 보내준 팬들도 있었다. 덕분에 최채흥은 제대할 때까지 해결책을 잘 찾아내며 제대할 수 있었다.
최채흥은 상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몸을 만들어왔다. 성적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었고, 코치진의 배려도 함께 했다. 무게 중심 약점을 파악하고 고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무의 여유로운 배경 덕분이었다. 또 국군체육부대답게 운동 환경도 좋았고, PX(군 마트)에 닭가슴살과 단백질 쉐이크가 있어 몸을 만드는 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최채흥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여유롭게 몸을 만든 뒤 완벽한 컨디션으로 제대할 수 있었다.
최채흥은 13일 제대 하루 만에 1군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채흥은 5⅓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진의 한 축을 맡겨도 될 정도로 잘 던졌다. 5선발이지만, ‘5’를 빼도 될 정도로 감독 입장에서 든든했다”라며 최채흥의 호투를 칭찬했다.
최채흥은 “선발 소식은 지난주에 들어서 전역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식하고 준비하면 부담이 커지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했다. 그냥 가서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라며 복귀전 심정을 전했다. 그는 “3회까지는 긴장해서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4회부터는 나름대로 집중해서 던졌다”라며 복귀전을 돌아봤다.
이날 잠실 야구장엔 11103명의 관중들이 찾아 열기를 더했다. 오랜만에 만 명이 넘는 야구장에서 공을 던진 최채흥은 “전역을 한 기분이 이런거구나”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첫 경기를 치렀고, 두 경기는 더 나서봐야 긴장 없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부상 없이 남은 시즌 풀타임을 치르면서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