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2패·5세이브·7홀드. 키움 히어로즈 ‘불펜 에이스’ 김재웅(25)이 올 시즌 등판한 28경기(15일 기준)에서 남긴 전적이다.
개막부터 5월 첫째 주까지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김재웅은 현재 셋업맨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진 탓에 자리를 내준 건 아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시즌 초반 허리 싸움에서 고전하자, 불펜진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를 승부처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 임무를 수행한 게 김재웅이다. 반드시 실점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재웅은 보직이 바뀐 뒤 처음 나선 지난달 9일 LG 트윈스전에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키움이 4-2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타자 문보경에게 안타를 맞고, 1사 뒤 박동원에게 동점 투런홈런까지 허용했다. 4구째 몸쪽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공략당했다. 키움은 연장 승부 끝에 4-5로 패했다.
김재웅은 “주 무기인 체인지업이나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승부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등판 상황이 달라져서 혼란이 생긴 건 사실”이라고 박동원과의 승부를 돌아봤다.
임무에 실패한 LG전은 그에게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보직이 달라진 뒤 한동안 투구 기복이 있었던 김재웅은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다. 6월 등판한 첫 7경기에서도 나쁘지 않은 피안타율(0.208)을 기록했다. 홀드는 4개 해냈다.
김재웅은 “LG전에서 못 던진 뒤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내가 언제부터 등판 상황을 의식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LG전처럼 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저 타자와의 승부만 집중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마무리 투수를 맡을 때보다 더 부담스러운 승부가 많다. 홍원기 감독은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상대 주축 타자들이 연달아 나서는 수비에 주로 김재웅을 투입한다.
김재웅은 “처음에는 등판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나는 경기 후반 중심 타선이 걸릴 때 막으러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팀이 나를 믿기 때문에 그런 (마운드) 운영을 한다고 생각한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김재웅은 14일 KIA전에서도 키움이 2-1로 앞선 8회 초, 상대 2~4번 최원준·소크라테스 브리토·최형우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마무리 투수보다 더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특급 조커'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