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만 하더라도 최승용(22·두산 베어스)의 키워드는 '기대'였다. 시범경기 준수한 활약 덕분에 개막 4선발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팀 내 부족한 '왼손 선발'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승용은 개막 한 달 만에 불펜으로 보직이 강등됐다. 선발로 뛴 4월 내내 들쭉날쭉한 탓이었다. 5월 중순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했지만, 기복이 여전하다. 한 경기 잘 던지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6월에는 부진의 연속. 선발 등판한 월간 3경기 평균자책점이 8.49(11과 3분의 2이닝 12실점 11자책점)에 이른다. 경기당 평균 4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최승용을 두고 "본인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기회를 줄 만큼 주고 있기 때문에 이걸 놓치면 다음 기회를 언제 받을지 모른다"고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두산은 지난 8일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을 퇴출했다. 닷새 뒤 대체 외국인 투수로 브랜든 와델을 영입했지만, 오는 24일에야 1군 등판이 가능하다. 5선발 김동주까지 구위 회복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 최승용이 꾸준히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브랜든과 김동주가 1군에 등록되고 최근 상무야구단(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김민규까지 콜업되면 최승용이 자리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관건은 제구이다. 최승용의 직구는 빠르지 않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최승용의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41.3㎞/h에 불과하다. 힘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없기 때문에 제구가 뒷받침해야 한다. 올해 4월과 5월에는 9이닝당 볼넷이 2.70개와 1.25개로 적었다. 그나마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는데 이 수치가 6월 6.94개로 치솟았다. 비효율적인 투구 탓에 이닝당 투구 수가 19.8개로 많다. 4이닝만 던져도 한계 투구 수에 다다르니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어렵다.
최승용은 지난 1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4실점했다. 피안타가 4개였는데 볼넷 5개를 쏟아냈다. 특히 1회 말 2사 2루에선 연속 세 타자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1회 투구 수만 33개. 이승엽 감독은 2-3으로 뒤진 5회 말 1사 후 박동원 타석에서 볼넷이 나오자, 바로 불펜을 가동했다. 투구 수(82개)를 고려하면 5회를 맡길 수 있었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소래고를 졸업한 최승용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20순위에 지명됐다. 입단 첫 시즌 1군에 데뷔, 지난해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48경기(98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스텝업을 기대한 세 번째 시즌, 좀처럼 기대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 감독은 "본인이 이겨내지 못하면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더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포수를 빼면 뒤에 (투수 뒤에) 7명의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수비수를 믿어야 한다. 피해 가는 피칭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