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라 불리는 그라운드 홈런은 타구가 펜스를 넘기지 않고 그라운드 안에 떨어졌음에도 타자가 1~3루 다이아몬드 한 바퀴를 돌아 홈까지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타자의 장타와 빠른 발, 그리고 운까지 따라줘야 가능한 진귀한 기록으로, 타자가 평생 한 번 기록하면 행운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기록이기도 하다.
이러한 진기록을 프로 2년 차 타자가 처음으로 경험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김영웅(20)은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안타를 만들어낸 뒤, 한 바퀴를 돌아 홈까지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김영웅의 생애 첫 그라운드 홈런이자, KBO리그 시즌 첫 번째, 통산 91번째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였다. 기쁨보단 누군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먼저 표했다. 김영웅의 첫 마디는 “(김)민혁이 형이 괜찮았으면 좋겠어요”였다. 그라운드 홈런 당시 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쳐 쓰러진 김민혁을 먼저 걱정한 것.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
당시 KT의 우익수였던 김민혁은 김영웅의 타구를 쫓아가다 펜스에 부딪쳐 쓰러졌다.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으며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김민혁은 이후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와 교체됐다. 이후 병원 자기공명영상(MRI) 검진까지 받은 김민혁은 다행히 단순 타박 진단을 받았으나 이후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하며 컨디션을 점검해야 했다. 자신의 타구를 수비 하다 부상을 입었으니 김영웅에게도 마음의 짐이 남아 있었다. 직접 사과나 인사를 하지 못했지만 걱정하는 마음은 언젠가 꼭 표현하고 싶었다.
김영웅이 미안해한 사람은 또 있었다. 삼성 동료들과 팬들이었다. 당시 김영웅은 그라운드 홈런을 치고도 수훈선수가 되지 못했다. 팀이 6-7로 역전패를 당하며 빛이 바랬던 것. 하필 김영웅의 송구 실책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경기 막판인 8회 말 2사 3루에서 나온 김영웅의 송구 실책이 동점이 되면서 역전까지 이어졌다. 김영웅은 그날 경기의 ‘영웅’이 되지 못했다.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
김영웅은 삼성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뛴 동료들과 응원한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를 더 악물었다. 경기 전까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경기를 준비했고, 경기 중엔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아쉬웠던 이전 일은 기억은 하되, 미련이나 후회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아쉽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죠”라면서 이전의 실책들을 돌아봤다.
그렇게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 김영웅은 자신에게 오는 강습 타구를 호수비로 막아내며 팀의 내야를 탄탄히 지켰다. 언젠가 진정한 그라운드의 ‘영웅’이 될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