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2015 프리미어12 대회 당시 일본 취재진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의 오타니 쇼헤이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던 중이었다. 필자는 솔직하게 "투수 오타니가 더 껄끄럽기 때문에 타자 오타니와 승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오타니는 당시 대회 한국과의 개막전, 준결승전에 두 차례 등판해 총 13이닝 동안 3피안타 21탈삼진 무실점으로 우리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오타니가 대단한 투수임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상대하며 그걸 더 확실히 느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오타니 열풍'이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강타하고 있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오타니는 올 시즌 타석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1홈런을 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MLB 전체 홈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오타니는 미국 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홈런 1위가 수준급 선발 투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오타니의 활약 덕에 일본 야구와 일본인 메이저리거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가 더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 야구 역시에서도 잘 치고 잘 던지는 선수들이 많았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정보고) 박노준과 김건우가 투수로 나서면서 3~4번 타자로 활약했다. 박노준은 고려대를 거쳐 OB 베이스에 입단한 1986년부터 1988년까지 타자뿐만 아니라 투수로도 43경기(평균자책점 3.13)에 등판했다.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김성한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에, 10승 5패 평균자책점 2.79를 올리기도 했다.
과거 상당수 선수가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다. '투잡'을 하면 야구에 대한 이해도와 경기를 읽는 능력이 좋아진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다가 프로 입단 후 투수에 집중한다면 상대를 간파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타자로 나선 경험 덕분이다. 오타니 역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천부적인 재능에 투타를 병행하며 얻은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는 2004년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중고교에서도 투수와 타자 중 한쪽에만 집중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4번 타자 겸 에이스가 줄어들었다.
추신수(현 SSG 랜더스)가 부산고 시절 4번 타자 겸 에이스로 활약했다. 좌완 투수로 최고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기도 했다. 전도유망한 투수였던 추신수는 미국 무대로 건너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야수를 택했고, 결국 한국인 최고의 MLB 야수로 성장했다. 현역 선수로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경험한 마지막 세대에 해당한다.
추신수도 아마추어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지난 17일 통화에서 추신수는 "학창 시절 투수와 타자를 다 해본 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당시 타자들은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해 홈런을 정말 많이 쳤다. 투수 입장에서 좌우 코너워크를 굉장히 신경 써 제구가 향상됐다"고 전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도 드러났듯 KBO리그 투수의 실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마운드를 되살려야 한다. 지금 한국 야구는 구속에만 집착한다. 시속 150~160㎞ 빠른 공을 던지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문동주도 김서현(이상 한화 이글스)도 아직 멀었다.
에이스 겸 4번 타자를 다시 보고 싶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지명타자 제도부터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