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마요르카)은 6월 2연전(페루·엘살바도르)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여느 때와 같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활용법에 관해서는 물음표가 붙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지휘한 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 페루에 0-1로 졌다. 이어 20일에는 엘살바도르와 1-1로 비겼다. 지난 3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4경기(2무 2패)에서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저조한 결과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에 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석 달 전에는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 된 상황에 실전을 치른 터라 자신의 색을 입힐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체제보다 빠르고 단순하게 공격 작업을 펼친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이번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국내외를 오가며 관찰한 선수들로 명단을 꾸렸다. 입맛에 맞춰 선수를 선발한 클린스만호는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었다는 걸 고려해도 경기력 자체가 저조했다는 혹평이 자자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방향성을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022~2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맹활약한 이강인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벤투 전 감독 휘하에서 중용 받지 못한 이강인은 6월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클린스만호에서 주전 멤버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다만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은 중원, 측면 등 어느 위치에 배치해도 제 기량을 펼친다. 탈압박, 창의적인 패스 등이 최대 장점인 그는 그동안 세컨드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 활약이 더 돋보였다.
물론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된 이번 2연전에서도 이강인은 빛났다.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날개를 맡은 그는 페루를 상대로 키패스 7회를 기록하는 등 공격에서 홀로 돋보였다. 엘살바도르전에서도 드리블과 키패스를 각각 3회씩 성공했다. 또한 2경기에서 날카로운 크로스와 패스로 조규성(전북 현대) 오현규(셀틱)의 슈팅을 여러 차례 끌어내는 등 분투했다.
하지만 이강인에게 측면 미드필더가 ‘딱 맞는 옷’은 아니었다. 대체로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이따금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슈팅을 때리는 정도가 이강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측면에서 여러 선수에게 둘러싸이면서 장점인 오픈 패스나 중앙으로의 킬패스 등을 뽐내기 어려웠다. 사이드에서 뛰면서 역할이 다소 제한된 것이다.
김형범 해설위원은 유튜브 채널 ‘채널 석세스’를 통해 “4-4-2 포메이션은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중요하다. 이 포메이션의 포인트는 양쪽 측면에 있는 빠른 공격수, 1대1 역할을 할 수 있는 두 선수”라며 “이 조합(측면 이재성-이강인)이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밀집된 상대 수비가 더 (중앙에) 모이는 형태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측면에서 간간이 이강인과 이재성이 크로스를 올려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두 선수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받았다. 황희찬이 사이드로 가고 이강인이 중앙으로 들어오는 역할, 오른쪽에는 나상호가 들어왔다면 (엘살바도르전에서) 조금은 다른 양상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리그 36경기에 출전해 6골 6도움을 기록했다. 주로 골대와 가까운 중앙 지역에서 활약할 때 공격 기여도가 높았다. 실제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8경기에서 2골 4도움을 뽑아냈다.
득점과 도움에 두루 능한 이강인은 A매치 14경기에 나서 아직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클린스만호가 치른 4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이강인은 측면에서 뛰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강인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안할지는 미지수다. 그를 중앙에 기용하려면 포메이션을 바꾸거나 최전방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이강인에게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