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가사가 잘 안 들린다. 노래가 시끄럽다. 가사가 들려야 노래지…’라고 말씀하셨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원 팀’으로 빛난 김은중호도 갈등을 빚은 순간이 있었다. 발단은 ‘노래 선곡’이었다.
21일 서울 종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U-20 월드컵 활약 K리거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한 4명이 자리했다. 주인공은 골키퍼 김준홍(20·김천 상무), 미드필더 배준호(20·대전하나시티즌) 이승원(20·강원FC), 공격수 이영준(20·김천 상무)이었다.
이들은 김은중(44)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에 승선, 지난 5월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4강 신화를 썼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스타플레이어가 없어 ‘골짜기 세대’라는 평이 나왔다. 더구나 K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도 적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란 시선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매 경기 뛰어난 조직력과 경기력을 뽐내며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원 팀’으로 빛난 수비는 축구 팬들의 찬사를 이끌었다. 지난 14일 입국 당시에는 많은 팬이 모여 김은중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원 팀’ 김은중호도 흔들린 순간이 있었다. 발단은 ‘노래 선곡’이었다.
김은중호는 훈련장에 거대한 스피커를 대동, 여러 노래를 틀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소준일 캐스터가 이 스피커에 대해 묻자 이영준은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처음엔 이렇게 크지 않았는데, 어디를 갈 때마다 스피커가 커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이창현 코치님이 직접 스피커를 가지고 오시면서 ‘분위기를 띄우자’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나는 요즘 노래 위주로 많이 틀었다. 그런데 감독님, 코치님은 ‘노래가 시끄럽다. 가사가 잘 안 들린다’며 다른 곡을 고르시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룸메이트인 배준호는 “나는 (이)영준이와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 근데 어른들이 듣기엔 별로였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의외의 ‘세대 갈등’이 벌어진 셈이다.
선곡 해프닝이 있었지만, 선수들은 입을 모아 사령탑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배준호는 “선수들 모두가 동감하는 내용이겠지만, 김은중 감독님은 항상 차분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셨다”고 전했다. 이승원은 “첫 소집 때부터 감독님을 믿고 있었다. 오히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감독님께) 배울 점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영준은 “김은중 감독님을 만나고 내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김준홍 역시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을 우리가 잘 수행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 감독님을 더 믿고 따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4강 신화를 이룬 이들의 시선은 이제 K리그 팬들에게 향한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제는 우리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승원은 “구단에서 특별 유니폼까지 만들어주셨다. 팬들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 꼭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