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박건우(33)는 2021년 12월 잭폿을 터트렸다. 두산 베어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그는 NC 다이노스와 6년 최대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총연봉 54억원, 인센티브 6억원)에 계약했다. 프로야구 역대 여섯 번째 'FA 100억원 클럽'에 가입하며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한편에선 "오버페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당시 NC는 간판 외야수 나성범의 KIA 타이거즈 이적이 확실시되자 그를 대체할 차선책으로 박건우를 선택했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 계약. FA 시장에서 박건우와 함께 손아섭까지 영입한 임선남 NC 단장은 두 선수의 입단식에서 "더욱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전력을 갖췄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NC에 연착륙했다. 지난해 타율 0.336(408타수 137안타) 10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물론이고 장타율(0.441→0.458)과 출루율(0.400→0.408) 모두 직전 시즌보다 향상했다. 타율과 출루율 리그 3위, 2년 만에 시즌 두 자릿수 홈런까지 때려냈다. 잔부상에 시달려 111경기 출전(2021년 126경기)에 그쳤지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4.56으로 NC 타자 중 1위였다.
올 시즌에 꾸준함을 앞세워 NC 다이노스 주축 타자로 활약 중인 박건우. NC 제공
박건우의 활약은 올 시즌에도 이어진다. 21일 기준 61경기에 출전, 타율 0.294 7홈런 37타점을 올렸다. 전년 대비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소폭 하락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지표가 향상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390(41타수 16안타). 20일 창원 LG 트윈스전에선 결승타 포함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결승타가 4개로 팀 내 김주원·박민우(이상 5개)에 이은 3위이다.
NC 이적 후 박건우의 누적 성적은 타율 0.321 17홈런 98타점이다. 출루율(0.404)과 장타율(0.456)을 합한 OPS가 0.860.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두산에서 쌓은 통산 기록(타율 0.326, OPS 0.880)과 큰 차이 없다. 통산 타율이 0.325로 3000타석 소화 기준 이정후(0.339) 장효조(0.330)의 뒤를 잇는다. 그만큼 꾸준하다.
박건우는 "난 절대 꾸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개인적으로 스스로 많은 채찍질을 한다"며 "내 만족 기준은 팀 승리이다. 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다. 팀을 위해 한 발짝 더 뛴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박건우는 NC 입단식에서 "개인적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팀 우승만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는 "내 자리에서 내 역할만 한다면 팀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며 "야구장에 빨리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후배들은 더 빨리 나와 훈련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팀이 이기는 데 큰 바탕이 된다. 나도 팀을 위해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