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첫 국내 갤럭시 언팩을 앞둔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폴더블폰의 원조'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과감하게 한국 개최를 결정했지만 해외 팬들을 겨냥한 홍보도 게을리할 수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몰랐던 삼성 홍보대사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눈길을 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축구 스타부터 미국의 억만장자 인플루언서까지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케하는 대세들로 가득하다.
차세대 '축구의 신'도 갤럭시 팬25일 업계에 따르면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에 이어 차세대 '축구의 신'으로 떠오른 엘링 홀란드(22·맨체스터 시티)는 고국인 노르웨이에서 삼성 스마트폰 홍보모델을 맡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 중인 홀란드는 2022~23시즌 36골을 터뜨리며 단일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썼다. 리그·FA컵·UCL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구단의 첫 트레블(3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홀란드는 영국으로 넘어가기 전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뛸 때부터 '갤럭시S21'과 '갤럭시S22', '갤럭시Z플립·폴드4'의 광고에 등장했다.
삼성전자 노르웨이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홀란드는 갤럭시Z플립4의 카메라 기능을 소개했다. 캠코더처럼 90도로 접은 상태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멀리서 손동작으로 셀피를 찍는 장면을 연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가별 광고는 현지 법인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한다. 본사가 컨트롤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글로벌 마케팅 조직이 해외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 이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근 홀란드가 압도적인 기량을 앞세워 축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삼성전자가 광고 계약 연장에 성공했을지 주목된다. 현재도 삼성전자 노르웨이 홈페이지에서 홀란드가 갤럭시의 경험을 소개하는 영상과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축구와 연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메시와 호날두가 한 팀에서 뛰는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과 '갤럭시S5' 출시가 겹쳤던 2014년 '갤럭시11' 팀을 만들어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공략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물론 영국 대표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 스페인의 전설적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 미국 레전드 랜던 도노반 등 각 나라를 상징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우리나라에서는 EPL 볼튼 원더러스에서 전성기를 누린 이청용(35·울산 현대)이 출격했다.
영상은 갤럭시11과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 간의 경기를 콘셉트로 했다. 루니의 경우 따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캠페인 의상을 입은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스마트폰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애플과 동등한 수준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프로젝트다.
미 TV 행사서 '아줌마 스타' 화제삼성전자 미국 법인이 운영하는 홍보대사 '팀 갤럭시'에도 낯익은 이름들이 대거 포함됐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그가 2010년 론칭한 의류 브랜드 MSFTSrep와 협업하기도 했다. 지구의 달을 맞아 올해 4월 친환경 액세서리를 내놨다.
'명승부 제조기'로 잘 알려진 UFC 라이트급 더스틴 포이리에도 팀 갤럭시의 일원이다. 갤럭시S21로 가족과 영상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갤럭시워치3'로 훈련 성과를 측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전자 미국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지난 3월 개최한 '갤럭시 크리에이터 컬렉티브'에서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법'을 주제로 대담에 나서기도 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삼성 가전·TV 홍보를 지원한 글로벌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2023년 TV 라인업을 공개하는 '언박스 앤 디스커버' 행사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열었는데, 이 자리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미국 유명 사업가이자 '살림의 여왕'으로 이름을 날린 마사 스튜어트가 그 주인공이다.
폴란드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원 가꾸기 기술을 가진 아버지와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조부모 밑에서 살림과 관련한 모든 것을 배웠다.
증권 중개업으로 큰 수익을 올리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케이터링(출장연회) 사업을 목표로 요리에 다시 집중했다.
이후 요리책과 TV 쇼 등이 잇달아 흥행하며 '아줌마 스타'에 등극했고, 자신의 노하우를 녹인 미디어 회사까지 설립한다.
2000년대 초반 내부자 거래 위증 혐의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현지 주부들의 워너비로 꼽힌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팔로워가 각각 412만명, 330만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 참여한 그의 모습은 틱톡에서 25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했다.
공개석상에서 칵테일의 한 종류인 마르가리타를 계량컵에 담아 홀짝이는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 강렬하게 남은 것이다. 해당 영상 게시자는 "나도 81세가 되면 저렇게 당당하게 살겠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많은 공감을 샀다.
삼성전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사 스튜어트가 틱톡에서 유명해진 이유를 찾아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행사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마사 스튜어트는 지난달 최고령 수영복 모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톱5' 입지 굳히기이런 전방위 노력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5 브랜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올 하반기 소비 심리 회복으로 업황 개선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해외 마케팅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 업체 인터브랜드의 2022년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브랜드 가치가 17% 상승하며 5위를 차지했다. 토요타와 코라콜라, 메르세데스 벤츠 등 쟁쟁한 브랜드들을 여유롭게 제쳤다.
삼성전자는 매년 미국에서 진행했던 스마트폰 언팩 행사를 내달 말 한국에서 개최하는 승부수를 뒀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상황에서 자사 제품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팀을 상징하는 '보라 퍼플'이라는 전용 색상까지 내놓으며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K팝 그룹 BTS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