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7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의 3주 차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25-22, 25-18, 24-26, 25-15)으로 패했다. 올해 VNL 9연패, 지난해 포함 21연패를 당했다.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세터 김다인(25)과 아포짓 스파이커 김다은(22)이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을 이끌어 갈 새 주역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부상 탓에 2주 차 일정에서 빠지고 회복에 매진했던 김다인은 한층 다채로운 경기 운영뿐 아니라 서브와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빛났다. 소속팀에선 김연경과 김미연에 이어 3옵션 공격수인 김다은도 고비마다 절묘한 득점을 해냈다.
김다은은 1주 차 막판 선발 세터로 나서 박은진, 이다현 등 젊은 미들 블로커들의 활발한 중앙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주아와 몇 차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상대와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실패했어도, 미들 블로커를 활용해야 하는 타이밍에 적절히 공을 분배했다.
김다은과 정지윤을 활용한 백어택 토스도 자주 보냈다.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답지 않게, 넓은 시야를 보여줬다.
한국이 세트 스코어 0-2에서 추격을 시작한 3세트 9-10에서는 서브 에이스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서브 득점 2개 더 해냈다. 그의 서브 순번에서 연속 6득점이 나왔다. 김다인은 몸을 날리는 디그도 몇 차례 보여줬다. 비록 불가리아가 앞서 상대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지만, 대표팀은 이날 가장 활발한 공격을 보여줬다. 코트 위 사령관 김다인이 이끌었다.
경기 뒤 세자르 에르난데스 대표팀 감독은 김다인의 경기 운영에 대해 "보완점도 있지만, (대표팀에서) 함께 시간을 더 보내면 나아질 것"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김다은도 박빙 승부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해냈다. 1점 차 승부에서 꼭 득점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그가 나타났다.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어서 상대 블로커들을 흔들었다. 셧아웃 패전 위기였던 3세트 23-24에서도 그가 직선 오픈 공격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다. 김다은은 이날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19득점을 기록했다.
김다은은 이번 VNL를 통해 처음으로 국제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백업 아포짓 스파이커로 보였지만, 에이스 박정아가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그에게 기회가 왔다. 원래 공격력은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경기 뒤 김다은은 "오랜만에 팬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지만, 패해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총평했다. 듀스를 만든 3세트 득점에 대해서는 "높은 블로킹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코스로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느낀 성장세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기술적으로도 많이 배웠다"라며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