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2년 차 펠릭스 페냐(33·한화 이글스)는 짧은 시간 한국 야구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8월 말에야 한국에 적응했다. 그러나 그해 9월 20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타구를 맞고 코뼈가 부러져 시즌을 마감했다.
한화는 적응을 마친 페냐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지난 4월 그는 1승 3패 평균자책점 5.48에 그쳤다. 흐름이 좋다가도 제구 난조에 빠지길 반복했다. 알고 보니 처음 겪는 '한국의 봄'이 문제였다. 미세먼지와 꽃가루 탓에 알레르기 증상이 생겨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다.
5월부터 180도 달라졌다. 페냐는 지금까지 10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2.15로 질주하는 중이다. 특히 27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경기 중 슬라이더를 던지다 손에서 출혈이 생겼는데도, 개의치 않고 피칭을 이어가는 투혼을 보였다.
성공 요인 중 하나가 투구 패턴 변화다. 페냐는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투심 패스트볼(투심)을 함께 구사했는데 5월 이후 빠른 공을 직구로 통일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4월 페냐의 투심 구사율이 38.1%, 직구 구사율은 20.7%였다. 하지만 5월 이후 투심 구사율이 4.3%에 그쳤다. 대신 직구 구사율은 43.4%까지 늘었다. 직구 피안타율이 낮아진 건 아니지만, 그와 조합을 이루는 체인지업의 이달 피안타율은 0.073까지 떨어졌다.
페냐는 투구 패턴보다 멘털에서 성공 요인을 찾았다. 그는 "계속 운동해 온 게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KBO리그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며 "(투구 패턴을) 크게 바꾼 건 없다. 불펜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긍정적인 멘털을 유지한 게 좋은 변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모두가 페냐처럼 성실한 건 아니다. 한화가 1선발로 영입한 버치 스미스는 개막전 등판하자마자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이탈했다. SSG 랜더스가 1선발로 기대했던 애니 로메로는 공 하나도 던져보지 못하고 떠났다. 구단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다가 떠나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의료 관광'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페냐는 이들과 달랐다. 그에게 앞으로 KBO리그에 올 외국인 선수들에게 조언해달라 부탁하자 "경기 내에서 항상 본인의 100%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본인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과 동료들을 캐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냐는 한화 선수단으로부터 일체감을 느낀다. 그는 "동료들이 나를 정말 가족처럼 대해준다. 함께 팀의 난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한국에서 야구하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