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지난 2일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0-3으로 졌다.
폭우에 그라운드가 젖어 미끄러웠고, 일본에 편파적인 심판 판정이 여러 번 나왔다. 한국이 정상적인 경기를 풀어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세 골을 내리 내주고 무득점에 그친 한국은 완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에는 내내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는데, 균형이 무너진 건 전반 44분이었다. 중앙수비수 고종현이 파울을 범했는데, 주심이 바로 두 번째 옐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널티 박스와 거리가 멀었고, 구두 경고로도 그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석연찮은 판정이었다.
한국은 직후 프리킥 상황에서 선제 실점하며 기세를 내줬다. 변성환 감독은 후반전 공격수를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결국 두 골을 더 허용한 뒤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U-17 대표팀의 패배로 한국 남자 축구는 최근 5번의 한일전에서 모두 0-3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이어갔다.
시작은 2021년 3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진 것이었다. 10년 만에 열린 역대 80번째 한일전이었지만, 한국은 완패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16세 이하 대표팀의 인터내셔널 드림컵(0-3 패), 같은 달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0-3 패)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지난해 7월에는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3차전에서 0-3으로 졌고, 이날 U-17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0-3으로 패하며 최근 5경기 연속 일본에 0-3 패배를 당했다.
U-17 대표팀은 최근 이어진 한일전 연패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각오가 남달랐다. 결승전 직전 대한축구협회(KFA) 소셜 미디어(SNS)에는 U-17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결국 한국은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첫 실점이 석연찮은 판정 탓이라고 해도, 또 10명으로 싸운 숫적 불리함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버저비터처럼 일본에 쐐기 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는 집중력이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 노출됐다.
최근 한일전에서 한국이 5연패 당하는 동안 일본 각급 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한국이 우위를 점한다고 자신했던 부분에서 한국을 앞섰다. 일본 선수들은 피지컬을 앞세운 몸싸움과 측면 스피드에서 대회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한편 일본은 대회 우승 트로피와 함께 개인상 주요 부문을 싹쓸이했다. 한국과 결승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나와타 가쿠는 이번 대회 총 5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일본 골키퍼 고토 와타루는 최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과연 한국이 다음 일본과의 대결에서는 설욕할 수 있을지 축구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향후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국제 대회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인도네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등이다. 내년 1월 열리는 2024 AFC 아시안컵에서도 한일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과연 한국 남자축구가 5전 6기 끝에 한일전 악몽을 끝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