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3 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3-5로 패했다. 시리즈 3연전을 모두 샌디에이고에 내줬다. 이날 패배로 정규시즌 성적은 45승 44패가 됐다. 1패만 더하면 5할 승률이 된다.
5할이면 충분히 높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최근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 도전이 충분히 가능한 팀이었다. 지난달 17일만 해도 40승 32패로 승패 마진이 +8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경쟁은 봄부터 치고 나간 텍사스 레인저스 때문에 노릴 수 없었지만, 와일카드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양키스에 승률 1리 차이만 뒤지는 와일드카드 4위 팀이었다. 3위 안에만 들 수 있다면 2014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가을야구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승패 마진을 벌기는 커녕 오히려 7승이나 잃었다. 6일 경기 패배 시점에서 와일드카드 순위는 6위. 3위와 승차는 4경기가 됐다.
전력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아 더 비관적이다. 에인절스에는 MVP(최우수선수) 3회를 수상한 마이크 트라웃과 2021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MVP 수상이 유력한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올 시즌에도 오타니의 맹활약 덕에 포스트시즌을 노렸으나 서서히 전력이 와해되고 있다.
일단 두 번째 타자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인 트라웃이 손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왼쪽 손목 유구골 골절 진단을 받았고,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최소 4주, 최대 8주 이탈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라웃이 빠지면 오타니뿐인데, 오타니 역시 100% 상태가 아니다. 그는 앞서 5일 샌디에이고전에서 투수로 선발 등판했다가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깨졌던 중지 손톱이 문제였다. 보강을 위해 인공 손톱을 붙였으나 피부와 맞지 않아 염증이 생겼고 경기력에 방해가 됐다. 트라웃과 달리 회복에 오래 걸린다고 보긴 어렵지만, 오타니 한 명만 단기 부진해도 에인절스는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팀이다.
에인절스는 이미 긴 시간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2012년 알버트 푸홀스 영입과 트라웃의 신인왕 수상 등으로 치고 나가는 듯 했지만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 오른 게 2014년 한 번이다. 그 전 마지막은 2009년이었다. 푸홀스뿐 아니라 저스틴 업튼, 앤서니 랜던 등 대형 타자들을 수 차례 영입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는 에인절스가 오타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해다.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오타니는 이미 시장 최대어로 공인받았다. 그는 에인절스와 함께 있던 지난 5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선수 스스로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잡으려면 성적으로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설령 잡지 않더라도 오타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마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면 미래가 더 어둡다.
오타니를 트레이드해 미래를 확보할 수도 없다. 아르테 모레노 에인절스 구단주 및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 등 구단 수뇌부는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공언했다. 오타니로 인한 스폰서 부수입도 많거니와 오타니의 반 년을 판다한들 만족스러운 대가를 받기도 어렵다.
결국 에인절스의 선택지는 4게임 차를 좁혀 어떻게든 와일드카드에 드는 것뿐이다. 트라웃 없는 여름 동안 가능한 도전일까. 오타니와 퍼스트이자 라스트 댄스는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