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안우진의 투구에는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투구 대비 42.8%였던 직구(포심 패스트볼) 비율이 52.1%까지 올랐다. 대신 안우진은 29.8%로 30%에 근접했던 슬라이더 비율을 25.6%로 낮췄다. 직구와 슬라이더 비중을 조절, 투구 레퍼토리를 바꿨다.
직전 등판인 4일 고척 NC 다이노스전(6이닝 4실점)에선 직구 비율이 54.8%(슬라이더 18.3%·커브 21.2%)였다. 의도한 변화일까. 5일 본지와 만난 안우진은 "직구의 데이터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직구를) 더 사용한 건 맞다"라면서 "작년에는 사자처럼 잡아먹기보다 뱀처럼 할 때가 있었는데 올해는 힘 대 힘으로 맞붙는 그런 피칭을 했다. 조금 급하게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여기서 언급한 사자가 직구, 뱀은 슬라이더. 변화구로 타자를 유인하는 것보다 직구로 정면 승부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안우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5㎞/h를 넘나든다. 슬라이더 구속도 '고속'이다. 최고 구속이 140㎞/h 중후반에 형성돼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구속과 맞먹는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질 때 투구 폼이 거의 같아 타자들의 대처가 더 어렵다. 타자들이 직구를 머릿속에 그릴 때 의표를 찔러 슬라이더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고 아웃카운트를 늘린다. 지난해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을 차지한 비결 중 하나.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려고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기도 했다. '강속구'라는 빼어난 무기를 가졌지만, 아이러니하게 힘을 뺀 변화구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올 시즌에는 직구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의존도가 커졌다. 안우진은 "(직구를 많이 던졌을 때) 결과가 좋으면 6~7회까지 빨리빨리 갈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피안타를 많이 허용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볼카운트가 불리하더라도 변화구를 많이 던졌는데 올해는 안일하게 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투구) 비율이 골고루 분포돼 있으면 전력 분석을 하더라도 어떤 구종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직구) 비율이 많이 오르니까 (타자들이) 확실하게 컨셉트를 잡고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 직구를 많이 던지면 체력 소모가 커 마운드에서 힘들다"며 웃었다.
안우진의 성적은 올 시즌에도 위력적이다. 직구 비율을 높이면서 피안타율(0.188→0.220)이 올랐지만, 여전히 까다롭다. 16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4위, 국내 투수 중에선 1위.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89로 빼어난데 다만 왼손 타자 피안타율(0.250)이 상대적으로 높다.
안우진은 "직구 비율을 높이니까 (왼손 타자 상대로 효과적인) 커브와 체인지업을 덜 사용해서 그런 거 같다. 아직 시즌 절반이 남았으니까 (직구 비율을) 줄여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구종을 던져도 아웃이 되고 안타가 될 수 있지만 타자의 반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티가 나면 (우위를 점할) 확률이 좀 생긴다"며 "지금은 좀 급한 거 같다.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으면서) 여유 있게 해보고 싶다"고 변화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