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장면까지 기가 막힌다. ‘좋.댓.구’는 신선한 발상을 끝까지 이어가는 힘을 가진 영화다.
‘좋.댓.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오대수(최민식) 아역으로 한때 이름 좀 날렸던 배우 오태경(오태경)이 유튜브의 노예로 화려하게 떡상길을 걷다 한순간에 ‘주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오태경이 오태경 역을 맡아 리얼리티를 끌어올렸다.
영화는 오태경의 실제 이야기를 상당 부분 차용한다. 아역배우로 커리어를 시작, 성인이 된 후 자연스레 일거리가 줄어들고 거기에 집안일과 건강 문제까지 겹쳐 서서히 대중 앞에서 사라진 배우 오태경의 전사가 펼쳐진다. 이후 콘텐츠계 대세로 떠오른 유튜브 열풍에 뒤늦게 합류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리얼하게 펼쳐진다.
현실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건 댓글이다. 감독이 시나리오보다 댓글을 쓰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할 정도로 ‘좋.댓.구’ 속 댓글은 하나하나 실제 사람이 쓴 것처럼 생동감이 있다. 댓글과 주작 유튜버 오태경이 만나 만들어내는 회오리가 영화 전반을 휘감는다.
영화는 100% 스크린라이프로 만들어졌다. 스크린라이프는 스크린에 뜨는 화면으로만 구성된 영화를 일컫는다. 대개 스크린라이프를 영화 속에 차용한 작품들은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만 이야기를 구성하려다 보니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좋.댓.구’는 다르다. 유튜브 영상으로만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오태경의 이야기는 스크린라이프 기법과 만나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하나의 작은 세계인 유튜브 생태계를 스크린라이프로 절묘하게 구현해낸 박상민 감독의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오태경은 자기 자신과 다름없는 오태경 역을 맡아 더할 나위 없는 연기력을 뽐낸다. 유튜브에 대해 잘 모른다던 언론 시사회에서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라이브 방송에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품이다. 특히 그러한 라이브 방송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고, 카메라를 보고 혼자 원맨쇼를 한 것이라는 걸 떠올리면 오태경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유튜브 생태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박상민 감독이 ‘좋.댓.구’에서 그려낸 세계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감탄할 것이고,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알고리즘을 타기 위해 유튜버들이 어떤 일까지 하는지 낱낱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극영화지만 왠지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이 ‘좋.댓.구’에는 있다.
러닝타임은 80분으로 간결하다. 그 안에 박찬욱 감독, 배우 문소리, 김응수, 조정석, 방송인 신동엽 등 많은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12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