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역주행 행진이 심상치 않다. 현재 추세라면 픽사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엘리멘탈’은 지난 9일 32만 1265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지난달 14일 개봉해 누적 340만 6139명을 동원했다.
‘엘리멘탈’은 픽사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3위인 ‘토이 스토리4’(340만명)을 넘어섰으며, 2위 ‘코코’(351만명)를 따라잡는 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역대 픽사 국내 흥행 1위인 ‘인사이드 아웃’(497만명)을 넘어 5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멘탈’은 지난 주말인 2일까지 누적 220만명을 기록했는데, 불과 한 주 만에 340만명을 불러모을 만큼 뒷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엘리멘탈’은 개봉 첫날 4만 7000여명을 동원해 ‘범죄도시3’ ‘플래시’에 이어 3위로 출발했다. 개봉 1주차 토요일(6월17일) 관객수도 17만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 열흘만인 지난달 24일 ‘범죄도시3’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 뒤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주목할 건 매 주말마다 관객수가 늘고 있다는 것.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엘리멘탈’은 개봉 첫 주말(6월16~18일) 42만 2075명을 동원했다. 통상적으로 개봉 첫 주말 가장 많은 관객이 들고 2주차부터는 관객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흥행에 성공해도 개봉 첫 주말과 비슷한 스코어를 유지한다.
반면 ‘엘리멘탈’은 2주차 주말(6월23~25일) 49만 8528명, 3주차 주말(6월30~7월2일) 68만 7832명, 4주차 주말(7월7~9일) 80만 460명이 찾았다. 개봉 후 매 주말이 지날수록 더 많은 관객이 찾고 있는 것. 이는 ‘엘리멘탈’이 ‘개싸라기’(개봉 첫주보다 2주차에 더 많은 관객이 들어 장기흥행 하는 것을 뜻하는 영화계 은어)에 성공했다는 것을 뜻한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도 픽사 역대 최악의 흥행 실패를 거뒀다는 평을 듣다가 조용히 역주행을 시작해 놀랄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 2960만 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이를 두고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픽사를 인수한 디즈니가 팬데믹 기간 중 픽사 애니메이션을 디즈니+로 공개하는 등 픽사를 홀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을 쏟아냈다. 실제로 디즈니는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사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들은 극장에서 개봉시킨 반면 픽사 애니메이션은 디즈니+로 공개해 관객들이 픽사 작품은 OTT로 보는 것이란 선입견을 심어줬다. 또한 디즈니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최근 픽사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픽사의 대재앙으로 불리던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도 꾸준한 입소문으로 마침내 3주차에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북미에서 2018년 이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건 ‘엘리멘탈’이 처음이다.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2억 달러 제작비가 든 ‘엘리멘탈’은 9일까지 전세계에서 2억 5189만 1880달러를 벌어들여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에 성공했다. 가히 디즈니에 대한 픽사의 작은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엘리멘탈’은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이 전세계 흥행 1위(1713만 달러)일 만큼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담았다.
‘엘리멘탈’ 국내 역주행은 홍보대사를 자처한 엑소 멤버 도경수의 영화 관람평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만듦새가 좋아도 외면당하기 일쑤인 최근 극장가에서 ‘엘리멘탈’은 SNS를 통해 적극적인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극장가에 가족 관객이 다시 찾고 있는데, ‘엘리멘탈’이 가족 관객용으로 안성맞춤인 것도 주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