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운전했다 경찰에 적발된 뒤, 이 사실을 숨기기까지 해 중징계를 받았던 이상민(23·성남FC)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가 과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설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1999년생인 이상민은 14일 황선홍 감독이 발표한 22명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24세 이하(U-24)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민은 황선홍호 출범 이후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결국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출전 기록은 6경기 1골이다.
다만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발표 이후 이상민의 전력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면서 아시안게임 출전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이상민은 충남 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운전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받아야 하는데, 그는 이를 구단에 즉각 알리지 않고 3경기를 몰래 출전한 뒤 뒤늦게 구단에 알려 은폐 논란까지 일었다.
구단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프로축구연맹은 당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상민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이상민은 울산 현대 입단 직후 충남아산으로 임대 이적한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다. 결국 첫 시즌 그의 K리그2 출전 기록은 4경기가 전부였다.
이듬해 충남아산 구단이 그를 완전 영입한 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논란이 인 건, 이상민의 음주운전과 은폐 전력이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다는 뜻이었다. 당시 충남아산 구단은 거센 비난 여론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당시 구단은 이상민이 연맹의 모든 징계를 받았고, 자발적인 사회봉사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영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서포터스가 이상민에 대한 응원을 보이콧하는 등 논란은 여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상민은 이후에도 소속팀에서 중용을 받았고, 황 감독 역시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부터 그를 불러 주축 수비수로 활용했다. 나아가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까지 승선하면서 경우에 따라 ‘병역 특례’ 혜택까지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다만 이미 음주운전은 물론, 이를 은폐까지 하려 했던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아시안게임은 연령별 대회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 한 번만 출전할 수 있고, 이마저도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가뜩이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여러 선수들의 탈락 배경을 두고 논란이 큰 가운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대신 태극마크를 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에 지난 2021년 황선홍호 첫 승선 당시부터 대한축구협회(KFA) 규정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KFA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에는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았을 땐 형이 확정된 후 3년, 500만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엔 2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상민이 음주운전에 적발된 건 지난 2020년 5월 21일, 태극마크를 달고 황선홍호 첫 경기를 치른 건 지난 2021년 10월 25일이었다. KFA 차원의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술을 먹고 운전을 하더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까지 출전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인식까지 심어줄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더라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선례로도 남을 수 있다. 가뜩이나 음주운전이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의 선수 선발, 그리고 이에 대한 KFA의 방관이 심각한 논란을 야기한 모양새다. 축구팬들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