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영화다. 대통령부터 의사, 인어공주, 변호사 등 이 세계에서 바비는 뭐든지 될 수 있다. 단, 바비에게만 해당된다. 바비만을 위해 만들어진 바비랜드에서 켄은 찬밥이나 다름없다.
영화 ‘바비’는 똑같은 루틴으로 살아가는 전형적 바비(마고 로비)의 삶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바비는 아침에 일어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해변에 나가 산책도 하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도 한다. 그러다 바비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것. 바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한 바비’(케이트 맥키넌)를 찾아가 현실 세계로 가는 방법을 얻어낸다.
현실 세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바비를 졸졸 따라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만년 짝사랑남 켄(라이언 고슬링)이다. 바비와 켄은 무사히 현실 세계에 도착했지만, 켄은 새로운 무언가에 눈을 뜨게 된다. ‘바비’는 현실 세계에 다녀와 변화를 겪게 되는 바비와 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비’에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여성주의적 성향이 그대로 담겨있다. 아기인형을 가지고 놀던 여자아이들이 바비가 등장하고 변화했다는 장면을 통해서다. 특히 영화에는 바비를 제작한 회사인 마텔도 나오는데 어린 시절 바비 인형을 갖고 놀았던 성인이라면 당시를 추억하며 관람할 수 있다.
주인공 바비 역을 맡은 마고 로비는 그야말로 인형 같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인형만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화려한 의상들을 계속해서 입고 나오는데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비의 감정도 잘 표현해낸다.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도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라이언 고슬링은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부터 새롭게 변화되는 켄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그려냈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춤에 도전한 것은 물론 OST에도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바비랜드는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져 있다. 바비의 시그니처 컬러가 핑크이기 때문이다. 실제 ‘바비’ 세트장을 위해 엄청난 양의 페인트가 사용됐다. 바비랜드의 미끄럼틀, 주방, 드레스룸 등 모든 소품과 구조물 등에 핑크색 페인트가 동원됐고, 이로 인해 세트장 구현을 위해 공수됐던 페인트 회사의 핑크 페인트 색이 모두 품절됐다는 후문이다.
‘바비’가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인 것은 확실하지만,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와 비주얼은 훌륭하나 바비 즉 인형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유치함이 한 스푼 첨가됐다. 또 중간중간 실제 사건을 꺼내 비유하곤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한다면 혼자 웃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