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강선희(46)-박세열(28) 콤비의 각오는 당찼다. 서로의 눈과 몸이 되는 ‘일심동체’로 메달을 획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함께 올라서겠다고 다짐했다.
1977년생 강선희는 다소 늦은 나이에 보치아에 입문했다. 2000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을 받은 그는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다 우연히 접한 보치아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중증장애인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끌렸다. 처음 표적구에 자신의 공을 붙였을 때의 쾌감도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그렇게 2017년 보치아를 시작한 강선희는 입문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며 승승장구했다. 2019년 두바이 오픈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무대에 출전한 그는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지만, 2023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어느덧 세계랭킹(BC3)도 5위까지 올라 세계적인 선수와 경쟁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BC3 등급 선수는 혼자 투구할 수가 없는 사지마비 선수로, 이들을 도울 보조 선수가 필요하다. 처음엔 남편이 아내의 옆을 지켰다. 그러나 남편이 뇌경색으로 몸에 마비가 오면서 고비를 맞았다. 보조 선수와의 호흡이 중요한 보치아에서 가족만큼이나 교감이 가능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선수 은퇴 기로까지 몰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박세열 씨였다. 헬스 트레이너로 자신의 운동을 도왔던 박 씨에게 조심스레 보조 선수를 부탁했다.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한 박씨는 보조 선수뿐 아니라 강 부부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일상생활도 돕는 사이가 됐다. 눈빛만 봐도 선수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보조 선수로서 강씨와의 호흡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
보조 선수는 선수가 원하는 높이와 각도에서 공을 굴릴 수 있게 장비(램프)를 세팅한다. 하지만 보조 선수는 경기장 상황을 볼 수 없다. 항상 경기장을 등지고 오로지 선수의 감과 지시에 따라 경사로를 조절해야 한다. 서로의 ‘눈’과 ‘몸’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보조자’라는 명칭도 올해부턴 ‘보조 선수’로 바뀌었다.
동거 훈련 덕분일까. 강선희는 “(박)세열이가 온 2019년부터 성적이 크게 향상했다”라며 활짝 웃었다. 강씨는 “내가 자신감이 부족한 편인데, 세열이가 차분하게 자신감을 잘 불어 넣어준다. 처음 시작할 땐 국가대표를 꿈도 꾸지 못했는데 세열이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함께 잘해서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함께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 선수의 목표는 역시 금메달이다. 처음으로 나서는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시상대에 올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열은 “누나가 체력이 다른 선수보다 조금 떨어진다. 체력 훈련이나 경사로 조절 등 보조 역할은 제가 열심히 할테니, 누나도 체력을 잘 키워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