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의 정대영(42)이 자주 얘기하는 격언이다. 말만이 아니라 그는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령 선수인 정대영은 "앞으로 3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겠다.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대영은 1981년생 베테랑이지만 코트에서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지난해 세트당 블로킹 3위(0.769개)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블로킹 부문 2위-4위-3위에 올랐다. 최근 6시즌 가운데 5차례나 블로킹 톱5에 포함됐다. 2022~23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견인했다.
지난봄 정대영은 큰 결심을 했다. 남녀부를 통틀어 최다인 6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GS칼텍스와 1년 총액 3억원에 계약하며 소속 팀을 옮겼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몸담은 팀이지만, 40대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을 택한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정대영은 "GS칼텍스와 계약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다"며 "40대 나이에 익숙한 환경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정대영은 '나이가 들어서도 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그는 "배구 선수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은퇴를 앞둔 선수도 FA자격을 얻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너무 나이를 신경 쓰는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삶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뿐인 외동딸 김보민(13)양에게도 포기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보민 양은 현재 제천여중 배구부에서 운동하고 있다.
정대영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하나뿐인 딸(보민)에게 '엄마 언제까지 뛸까?'라고 물으면, '계속 선수로 뛰어도 좋고, 힘들면 나랑 같이 살아도 좋아.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보민이는 과묵한 편인데 '엄마가 대단하다'며 응원해 주더라. 딸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정대영은 현재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서 진행 중인 GS칼텍스 전지훈련에 참가해 점차 팀에 녹아들고 있다. 배구 선수로 30년 이상 뛴 탓에 몸에 성한 부위가 없다. 미들 블로커 특성상 한 경기에 수백 번 점프하기 때문에 무릎 연골은 모두 닳은 지 오래다. 정대영은 "지난 시즌 무릎이 너무 아파서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최근 집중 치료와 관리를 한 덕에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3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보다 16세 어린 MZ세대 주장 강소휘는 "대영 선배는 소녀 같은 언니"라며 "세대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정대영은 GS칼텍스의 봄 배구 복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GS칼텍스는 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최초로 한 시즌 3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트레블 우승을 달성한 후 2021~22시즌 3위, 지난 시즌엔 5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약점으로 꼽히던 높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대영을 데려온 것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정대영은 나이가 적지 않고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있다. 그래도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충분히 도움을 주리라 판단했다"고 기대를 걸었다.
정대영은 "가끔 딸 보민이와 프로무대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라며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겠다.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