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에 출전한 변재준(20·경희대)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아티스틱 스위밍에도 남자 부문이 있다. 과거 이 종목은 여자 선수만 참가했으나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대회 때부터 남자 선수도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실력을 겨루게 됐다. 이번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아티스틱 스위밍 솔로 테크니컬, 솔로 프리, 남자 듀엣, 혼성 듀엣이 진행됐으며 단체전인 아크로바틱 루틴에는 한팀 참가 선수 8명 중 남자 선수가 두 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2024 파리 올림픽부터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아티스틱 스위밍 단체전에 남자 선수가 참가한다.
변재준은 한국 유일의 아티스틱 스위밍 남자 선수다. 이번 대회 혼성 듀엣에 김지혜(19·경희대)와 함께 혼성 듀엣 테크니컬, 프리에 출전해 모두 결승에 올랐고 두 종목 모두 결승에서 10위를 기록했다.
변재준은 1990년대 인기 발라드 가수 변진섭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아티스틱 스위밍 대표 출신인 이주영씨다. 아티스틱 스위밍의 매력에 빠져 선수가 됐지만, 이번에 첫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까지 나홀로 고군분투해왔다.
변재준은 국내 유일한 남자 선수라 국내에서는 참가할 대회가 없다. 자비로 아티스틱 스위밍 남자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동창인 김지혜와 혼성 듀엣 팀을 결성한 것도 불과 3개월 전이었다. 짧은 훈련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결과 결승행, 톱10이라는 값진 결과가 나왔다.
변재준은 22일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후 인터뷰에서 "이제 솔로 종목에 남자 선수도 출전할 만큼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남자 선수를 봐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회를 많이 준다는 게 기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아티스틱 스위밍 남자 솔로나 듀엣 부문은 아직 정식종목이 아니라 변재준은 이 대회들에는 참가할 수 없다. 변재준은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혼성 듀엣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변재준은 “한국에 가면 당장 운동해야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변재준이 한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남자 선수로서 아티스틱 스위밍 결승행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허윤서(17·압구정고)는 여자 솔로 프리 결승 6위, 이리영(22·부산수영연맹)은 여자 솔로 테크니컬 결승 9위를 기록했다. 허윤서와 이리영이 나선 듀엣에서는 프리와 테크니컬 모두 예선 13위로 12팀이 출전하는 결승행에 아쉽게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허윤서-이리영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듀엣 부문에서 메달 가능성을 봤다. 아시안게임 아티스틱 스위밍은 솔로 부문이 정식 종목이 아니고 듀엣과 단체전만 있다. 개인전에서 성과를 거둔 이들은 아시안게임 듀엣에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