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를 그렇게 다뤄서는 안될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2,30대 여성 관객들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딩 파트 원’(이하 미션 임파서블7)이 여성을 다루는 데 있어 시선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 영화의 치명적 약점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 셈이다.
‘미션 임파서블7’의 관객 수는 지난 25일 310만명이다. 심상치가 않다. 4백만은 갈 것으로 보이지만 전편들이 600만명을 넘겼던 것에 비하면(‘로그네이션’ 610만, ‘폴 아웃’ 650만) 하향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바싹 뒤를 쫓을 터. 8월이 넘어 가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라는 대형 폭탄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단 한 명의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는 가에 따라 영화의 주관객층, 주소비층의 마음과 지지의 낙차가 이렇듯 커진다. 영화가 얼마나 섬세한지, 사회정치적 이슈나, 젠더, 환경생태, 동물보호 등등 각종 어젠더에 얼마나 민감한 지를 나타낸다. 왜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일사 대신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를 선택했는가. 충분히 반발할 만 하다.
현재 극장가의 진정한 위너는 ‘엘리멘탈’이다.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상찬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이버 관객 평점 8.94이다. 애니메이션계의 전설적인 회사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늘 기발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드는 창작 집단 답게 이번엔 지구의 4가지 원소를 의인화 했다. 곧 불과 물, 공기와 흙이 주인공이다. 오래 전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여기에 가상의 원소를 하나 더 붙여 ‘제5 원소’라는 영화를 만들긴 했으나 지구는 기본적으로 4원소 설(說)로 그 운행이 해석된다. 이 원소들은 겉으로는 대립하고 충돌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기묘한 조화로 지구와 인간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 ‘엘리멘탈’은 가장 기본적이고 교육적인 얘기를 통해 인간사회의 가족애와 우정, 사랑 등에 대해 얘기를 넓혀 나간다. 그 확장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답게 전체 관람가이지만 아이들만이 아니라 성인 관객까지 대거 몰리게 하고 있다. 25일까지 516만명을 넘겼다. 극장가에는 속설이 있는데 하나는, 관객 수가 400만을 넘기려면 전 연령층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는 점, 일단 관객 수가 450만을 넘기면 이후 그 고삐를 잡기가 어렵고 흥행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이후 픽사의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해 왔다. 이번 ‘엘리멘탈’도 그렇게 예상됐다. 그러나 불 앰버와 물 웨이드의 키스 신에서 ‘꼬맹이’들의 탄성,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이 영화는 현재 일단 600만 고지는 떼어 놓은 당상으로 간주된다.
‘엘리멘탈’의 흥행은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의 흥행(누적 42만)과 함께 극장가가 명백히 여름방학 성수기 시즌으로 돌입했음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엘리멘탈’의 흥행은 이미 그보다는 다른 지점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희대의 애니메이션 감독 존 래스터가 창립한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늘 조화와 평화를 얘기해 왔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인물들은 갈등은 하되 그게 전쟁 상황까지 이어지게 하지는 않는다. ‘토이 스토리’의 카우보이 우디와 비행사 버즈는 자신들의 주인인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 하겠다며 경쟁을 하지만 그 선을 넘지는 않는다. 우디는 버즈를 구하고 버즈는 옆집 악동 시드에게 붙잡힌 우디를 구해 낸다. 픽사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괴이하거나 평범하게 생겼지만(‘몬스터 주식회사’) 다들 착하고 순진하다. 코믹하기까지 하다. 몬스터 세계로 잘못 들어 온 아이를 어떻게든 구해서 인간세상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픽사 작품 ‘엘리멘탈’의 성공은 아마도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가 조화와 화합이어서일 수 있다. 미국 사회나 한국 사회나 진영 논리가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갈등의 정도가 일정 수위를 넘은 상태다. 이데올로기 갈등, 역사 갈등, 계급 갈등, 젠더 갈등 등등으로 일반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도로 치솟은 상태다. 사람들은 당연히,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려 한다. 극한의 사회가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사유하게 하고 철학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만든다. ‘미션 임파서블7’보다 ‘엘리멘탈’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마음만이라도 편해지고 싶어 한다. 무수한 사회적 오류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세상이 재앙일 때 영화는 착해지고 좋아진다. 이상한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