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하는 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잘 돼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회는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는 나이를 많이 먹어서까지 연기를 하자는 마음이 커요. 굵기와 상관없이, 오랫동안 X축만 길게 뻗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악역, 선역, 액션, 전문직, 장르물 등 만나는 작품마다 배역에 완전히 녹아드는 배우 이학주가 최근 디즈니+ ‘형사록2’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형사록2’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금오경찰서 강력계 형사 김택록(이성민)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다. 이학주는 강력계 형사 손경찬 역을 맡아 시즌1에 이어 신입 경찰의 패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학주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형사록’과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형사록’ 시즌1은 지난해 10월 공개됐으며, 시즌2는 7월 말 마지막회까지 전편 공개됐다.
“2022년을 바쳤던 ‘형사록’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요. 택록이 가진 문제가 전부 해결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게 끝났죠. 시청자들도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뿌듯해요.”
이학주가 연기한 경찬 역은 ‘형사록2’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택록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택록의 행동에 그를 의심하면서 극 초반 긴장감을 유발한다. ‘형사록’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 통쾌한 액션에도 이학주의 몫이 크다. 이학주는 시즌1과 시즌2로 이어지는 경찬이라는 인물에 대해 “시즌1에서는 누군가 시켜서 궁여지책으로 했다면, 시즌2에서는 경찬이 자발적으로 자기 수사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형사록’의 성장 캐릭터인 경찬이는 시즌2에서 큰 차별점이 있어야 했어요. 자발적으로 수사도 해야 했고, 눈앞에 있는 택록을 의심할 수 있을 정도의 냉철함이 발달해야 했죠. 시즌1보다 능동적으로 수사를 하기 위해선 연기에 좀 더 묵직함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느낌을 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고요.”
그렇다면 이학주에게 ‘형사록’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이학주는 1년 동안 함께한 제작진, 배우들에게 ‘집요함’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정말 한땀한땀 만드는 게 이런 거라고 느꼈어요. 감독, 배우님들 모두 대충하는 게 없더라고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도 ‘빨리빨리 찍고 넘어가자’가 아니라, 계속해서 회의한 뒤에 구현이 어려운 장면은 다음 날에 찍기까지 했어요. 리허설부터 촬영까지,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없었어요.”
‘형사록’ 시리즈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다. 대세로 떠오르는 OTT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타 OTT 플랫폼에 비해 구독자 수가 적다. 다만 시청자들 사이에서 ‘형사록’은 ‘웰메이트 작품’이라며 극찬을 받고 있다. 유튜브 클립 영상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OTT라는 건 계속 그 플랫폼에 저장된다는 거잖아요. ‘형사록’을 통해 디즈니+에 유입되신 분들도 분명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게 OTT의 장점이기도 하고요. 넷플릭스 하면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는 것처럼, ‘형사록’이 디즈니+를 대표하는 한국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학주의 시계는 쉴 틈이 없다. 오는 8월 4일 첫방송되는 MBC 드라마 ‘연인’에서도 성균관에서 수학 중인 전도유망한 유생 남연준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난다.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뒤 2023년 한해는 ‘형사록’으로 시작해 ‘연인’으로 끝맺은 이학주. 그는 10년 간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며 “항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지만,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점점 연기를 하고 기회가 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돼요. 지금은 적당한 스트레스와 행복을 갖고 있는 것 같고요. 어릴 때는 ‘선배님들 경지가 되면 스트레스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성민 선배님도 ‘긴장 안 하는 배우가 어디있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스트레스는 항상 있고, 나만 있는 게 아니니 크게 신경쓰지 말자,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