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소화 능력은 좋아지고, 공 배합은 다양해졌다. 이제 이정용(27·이정용)은 선발 투수가 더 어울린다.
이정용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 6이닝 동안 볼넷 없이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0-0 동점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LG의 6-3 승리 발판을 놓는 호투를 보여줬다.
이날 키움 선발 투수는 지난 시즌(2022) 평균자책점(2.11)과 탈삼진(224개) 부문 1위에 오른 안우진이었다. 이정용은 리그 대표 투수 안우진과 6회까지 ‘무실점 투수전’을 펼쳤다. 안우진은 7회 말 4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이정용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이정용은 지난 2시즌(2021~2022) 동안 홀드 37개를 올린 셋업맨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등판한 15경기에서 블론세이브 5개, 평균자책점 5.93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다른 국내 선발 투수들도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이정용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그동안 부진하며 가라앉은 기운을 끌어올릴 수 있게 유도했다. 원래 장기적으로는 긴 이닝을 맡기려고 했던 투수였다고.
이정용은 6월 25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처음으로 선발로 나섰다. 2이닝 1실점, 투구 수 49개를 기록했다. 이후 등판마다 소화 이닝이 많아졌다. 개인 네 번째 선발 출격이었던 지난달 27일 KT 위즈전에선 4이닝을 막았다. 그리고 2일 키움전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경신했다. 데뷔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기록했다.
공 배합도 달라졌다. 염경엽 감독은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하던 이정용이 더 다양한 공 배합으로 타자와 승부할 수 있도록 구종 추가를 지시했다. 포크볼이 좋은 팀 베테랑 투수 김진성을 '특별 코치'로 붙여주기도 했다.
이정용은 2일 키움전에서 직구(22개)보다 포크볼(27개)을 더 많이 던졌다. 정작 이정용은 “포크볼 제구가 안 좋았다”라고 실망감을 전했지만, 상대 타자는 쉽게 그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도 "(포크볼이) 결정구로 만들어졌다"라고 칭찬했다.
이정용이 선발 투수로 나선 최근 5경기에서 LG는 4승을 거뒀다. 이정용은 “상대 선발로 외국인 투수만 네 번 나섰다. 2일 키움전은 그보다 더 무서운 투수(안우진)였다”라고 웃어 보인 뒤 “나는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팀은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정용은 2023시즌을 마친 뒤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할 예정이다. 입대 전 여러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결과를 떠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시즌이다. 앞으로도 보직이 바뀔 수 있겠지만, 팀 우승을 위해 기여하는 투구를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포크볼이 정말 좋았다. 결정구가 되면서 슬라이더와 직구의 구종 가치도 높아졌다. 이정용으 앞으로도 선발 투수로 나설 것이다. 지금 경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