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8일 "김병희가 프로 10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라고 전했다. 김병희가 최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절차가 이뤄졌다. 김병희는 지난 1일 1군 경기가 있던 수원 KT위즈파크를 방문해 감독 및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2014년 KT의 2차 특별지명(전체 13번)으로 마법사 유니폼을 입은 김병희는 입단 초기 내야 기대주로 평가받았지만 성장이 더뎌 2019년에야 첫 1군 무대를 밟았다. 남다른 펀치력과 선구안으로 내야진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잦은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만 32세. 김병희는 고민 끝에 2023년 은퇴를 선언했다.
▶부상 악령과 싸웠던 김병희, “우승 함께 못한 게 아쉬워”
김병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로는 잦은 부상이 가장 컸다. 안 그래도 선수 생활 내내 부상이 많았는데, 지난 6월 2군 경기에서도 공을 맞아 종아리가 파열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내가 어린 선수들의 자리를 뺏는다는 생각도 들어서 고심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라고 전했다.
김병희의 말대로 그는 선수 시절 내내 부상과 싸워왔다. 입단 후 손가락 골절만 네 번을 경험했다. 1군 데뷔가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고, 2021년 2할대 후반의 타율(0.288)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을 때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수비 도중 손가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으며 1군에서 이탈했다. 이번에도 불운의 부상을 당하며 결국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2021년 첫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김병희는 2021년 4월 25일(롯데 자이언츠전) 코뼈 골절로 이탈한 황재균을 대신해 올라온 1군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그는 “2021년 타격감이 정말 좋았는데 그때 손목 수술로 이탈한 것이 아쉽다. 함께 우승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KT 창단멤버, 그리고 최지만 절친. 모두가 아쉬워한 그의 은퇴
지독한 부상과 아쉬운 은퇴. 주변에서도 만류가 많았다. 특히 그와 10년간 함께 했던 ‘창단멤버’들이 유독 아쉬워했다. 고영표와 문상철, 송민섭, 김민혁, 배정대 등 많은 동기가 그의 은퇴를 말리면서도 제2의 인생을 응원해 줬다고. 김병희도 은퇴를 결심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바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기들 덕분에 내가 10년간 프로에서 버틸 수 있었다”라며 고마워했다.
김병희의 절친인 ‘메이저리거’ 최지만도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인천 동산고 출신 김병희는 최지만과 고교 생활을 함께하며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왔다. 최지만이 귀국할 때마다 항상 보는 친구가 김병희이며, 김병희는 메이저리거의 기운을 받기 위해 최지만의 이름이 새겨진 그의 배트를 선물 받아 경기에 사용하기도 했다. 김병희는 “(최)지만이에게는 오래전에 은퇴한다고 얘기했다. ‘고교 시절부터 함께 야구했던 친구였는데..’라며 많이 아쉬워하더라. 제2의 인생을 응원해 줬다”라고 전했다.
▶제2의 인생 나서는 김병희 “KT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유니폼을 벗은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난다. 김병희는 “정확히 뭘 해야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지도자 쪽도 생각 중이다. 야구계에 오래 몸담았으니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할 것 같지만,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른 좋은 기회가 생기면 해볼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병희는 자신을 끝까지 응원해 준 KT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창단멤버지만 10년 동안 부상 때문에 보여드린 게 거의 없었다.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KT를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비하인드 스토리
김병희가 수원 경기장에 찾아온 날(1일), 그의 창단멤버 동기였던 고영표는 선발 마운드에 올라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수훈선수 인터뷰 후 그를 잠시 불러 김병희에 대해 물었다. 고영표는 “워낙 성실했던 친구가 은퇴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무거웠다. 부상이 많아서 마음고생도 많았을 텐데 이제는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해주고 싶고, 제2의 인생도 응원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라며 떠나는 동료를 응원했다.
송민섭은 “(김)병희 형은 간단하게 말할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답변을 하루 미뤘다. 하루 뒤 그는 “병희 형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한 추억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만감이 교차하는데 좋았던 기억만 기억하며 제2의 인생을 응원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좋은 형이었고, 자기 관리가 뛰어난 선배였다.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라 앞으로 더 성공할 거라 믿는다”라며 “함께 했던 추억들 잊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문상철 역시 “KBO리그 통틀어서 그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탁월했던 선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매사에 열심인 선수였고 실력도 좋았다. 부상이 겹치면서 같은 창단멤버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라면서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할 사람이기에 나가서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인연을 맺으며 살아갈 형이니 항상 응원한다고 전하고 싶다”라며 김병희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