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기록이라고 전해 들었다. 크게 의식하진 않았고 좋은 피칭을 하면 승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 좋고,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영표(31·KT 위즈)가 팀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고영표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고 시즌 10승(5패)을 달성했다.
특히 이날 달성한 10승의 의미가 컸다. 창단 후 2015년 1군에 합류한 KT에서 처음 나온 3년 연속 10승 투수다. 이날 전까지 고영표(2021~2022)를 포함해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게 전부였으나 그의 10승으로 새 기록이 쓰여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고영표는 "팀 최초 기록이라는 건 방금 알았다"며 "크게 의식하진 않았고 좋은 피칭을 하면 승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 좋고,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선수단에 공을 돌렸다.
승과 달리 고영표가 의식하는 기록이 있다. 바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이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퀄리티스타트 조건을 달성한 고영표는 최근 10경기 퀄리티스타트, 최근 5경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이뤘다. 이날 달성한 올 시즌 14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개인 최고 기록이다.
고영표는 "(승과 달리) 그 기록은 의식한다. 항상 그게 내 임무다. 그 기록을 목표로 삼고 마운드에서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해 적은 투구 수로 이닝을 막는 걸 의식하고 경기하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20개 이상의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싶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올 시즌 16개 이상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이닝 이팅의 비결 중 하나는 집중이다. 고영표는 길게 던지겠다는 마음가짐 대신 한 타석 한 타석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그는 "6회에 들어가면 솔직히 긴 이닝 소화를 의식하지 않는다. 한 타자 한 타자를 잡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진다. 경기 중반을 넘어가면 (다음 투수로) 연결시켜줘야 하는 상황이다. 7회에도 한 타자 한 타자에게 1구 1구를 신경써서 던진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 최하위 빠졌던 KT는 어느새 3위 경쟁에 한창이다. 취재진이 고영표에게 스스로의 공헌도를 묻자 그는 "자기 자랑을 해야 하나"고 웃으면서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진 것 같다. 아무래도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으로 (경기 운영에) 계산이 서실 것이고 중간 계투들도 2이닝만 마무리하면 승리할 수 있으니 휴식을 더 취할 수 있다. 내가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했다.
고영표 스스로도 인정한 영향이 있다. 그로부터 전염된 KT 선발진의 이닝 이팅이다. 고영표는 "후배들에게도 도망가는 피칭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피칭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며 "다른 선발 투수들이 앞에서 잘 던지면 나도 잘 해야겠다는 이미지가 우리 선발진에 있다. 6이닝을 던지지 못하면 못 한 게 된다. 후배들이 '형이 그렇게 만들어놨다'고 얘기한다. 좋은 시너지 같다. 다른 투수들도 최대한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먹어주면 KT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이날 경기로 승률 0.527 4위가 된 KT는 2위 SSG 랜더스와 4경기 차이를 두고 있다. 가깝진 않지만, 최하위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KT다. 멀다고도 볼 수 없다. 고영표에게 그런 팀의 목표를 묻자 "우리 팀이 이렇게 올라올 수 있는 건 순위 의식을 안 해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 경기에 집중하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서 올라온 거로 생각한다. 순위 의식을 하면 마음이 쫓기고 급해진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게 KT의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스포츠라면 당연히 1등이 목표고 되고 싶다. 항상 1등이 되고 싶다. 마음 속 목표야 그렇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