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이 SNS,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꼽는가 하면 스타들도 각종 행사장에서 이들과 사진을 찍고 싶어 줄을 설 정도다. 문화, 경제 측면에서 대한민국 트렌드를 주도하는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제1회 K포럼(Korea Forum 2023)을 준비하며 주요 연사들로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들을 초청했다. K포럼은 K콘텐츠가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으로 확대 재생산돼 글로벌 시장에서 ‘K’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오는 9월 1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민국이 브랜드다’라는 주제로 열린다.<편집자주>
우리나라 ‘먹방’은 이제 전세계 고유명사가 됐고, 국경을 초월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됐다. 단순히 크리에이터가 음식을 먹고, 이를 시청자가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우리나라 음식은 전세계 시청자에게 소개되고, 이는 K푸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진다. ‘먹방’ 콘텐츠로 유튜브 구독자 286만 명, 페이스북 팔로워 545만 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 양수빈은 K푸드의 인기를 가장 앞에서 이끌고 있다. 양수빈은 제1회 K포럼에 연사로서 참여를 준비하며 일간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세계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K푸드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수빈은 이번 K포럼의 2세션 ‘K푸드,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라’라는 제목으로 마련되는 2세션에 연사로 참여한다. 사진제공=양수빈 유튜브 캡처
‘먹방’은 1인 크리에이터 등장과 함께 출발한 콘텐츠다. 인터넷 방송 초기 등장한 콘텐츠인데 10여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양수빈은 비슷한 시기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먹방’을 시작했다. ‘먹방’의 역사를 함께 한 것이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학과를 다녔고 졸업 후에는 곧바로 경기 성남의 한 빵 공장에서 일을 했어요.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친구도 없고 무척 외로웠죠. 수중에 돈도 없던 터라 지인이 마련해준 보증금으로 수원으로 집을 옮기고 혼자 생활하던 중에 페이스북을 봤는데, 웃긴 영상을 올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걸 보고 ‘내가 더 웃긴데?’ 싶어서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고 일주일 만에 소위 터진 거죠. 같이 일해보자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고 곧바로 유튜브에서 ‘먹방’을 하게 됐어요. 그때가 스물 한 살쯤이었죠.”
그 동안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한 양수빈은 “‘먹방’은 한순간 반짝이고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전세계적 트렌드이고, 이는 K푸드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1인 미디어 축제 ‘비드콘’(VidCon)에 참여한 경험을 얘기했다. ‘비드콘’은 미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영상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동영상 관계자 수만 명이 참여하는 전세계적인 행사다. 양수빈 크리에이터. 사진제공=트레져헌터
“지난해 ‘비드콘’에서 ASMR을 입힌 ‘먹방’을 진행했어요. 불닭볶음면을 먹었는데 면 먹는 소리, 매워 하는 소리만 듣고도 많은 분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인지 맞히더라고요. 그곳엔 몇 백 개의 부스가 있었고 우리는 되게 작은 부스라서 관심 받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깜짝 놀랄 만한 호응이 쏟아졌고, 불닭볶음면을 바로 맞히는 걸 보고 많은 외국인들이 K푸드를 알고 있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죠.”
양수빈은 미국뿐 아니라 태국,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태국에서는 각종 행사에 참여할 뿐 아니라 현지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또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태국판 ‘복면가왕’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했다. 양수빈은 “해외에서도 나를 귀여워 해주는 팬들이 많다”고 웃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곳곳에서 보내주는 응원이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동시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문화적 위상, 즉 ‘K’ 브랜드 자체의 인기 덕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일정을 자주 다녔는데 현지에서 ‘K’의 인기를 확실히 체감한다”며 “K팝, K드라마 등의 관심은 대단하고 그 연장선상으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 호감을 갖고 다가와준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양수빈 유튜브 캡처
양수빈은 최근 ‘먹방’을 넘어서 운동, 메이크업, 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콘텐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운동 콘텐츠다.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와 운동을 시작한 후 50kg을 감량했는데 “덕분에 동기부여가 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나도 힘을 얻는다. 선한 영향력을 준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기존에 크게 사랑받은 콘텐츠 소재를 바꾸기 쉽지 않음에도 양수빈은 콘텐츠를 만들 때 언제나 우선순위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양수빈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K’라는 이니셜을 붙이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한 축이 된 K푸드가 더 큰 사랑을 받는 방법으로 한식을 재료로 ‘즐겁게 만든, 즐거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수빈은 최근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치 휴대폰이 해킹당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주문해 ‘먹방’을 진행하는 등 유머러스하고 일상적인 스토리를 입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게 양수빈의 콘텐츠를 통해 K푸드가 스토리를 갖추고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제 푸드 콘텐츠 중엔 한식이 가장 인기가 높아요. 우리나라 음식 중에는 소위 전세계에 ‘먹힐 만한’ 것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떡볶이 같은 경우 종류가 무척 많아서 국가와 취향에 따라 조리 방법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게 K푸드에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수빈은 “‘먹방’뿐 아니라 어떤 콘텐츠든 재밌게 만들어야, 시청자들이 재밌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물론 지금도 K푸드에 관심이 높지만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선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로 국가 간 자국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을 떠올렸는데, 이를 기업적 또는 정부적 차원에서 지원해주면 더 높은 퀄리티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K포럼이 이를 논의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