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수원 한화 이글스-KT 위즈의 경기. 이날 양팀은 장단 22개의 안타로 18점을 합작했지만, 경기는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2시간 44분 만에 끝이 났다. 전날(8일)도 마찬가지였다. 22개의 안타(9득점)가 터졌지만 경기 시간은 2시간 38분이었다. 최근 KT의 경기가 이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 시즌 KT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9분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짧다. 8월(8경기)엔 2시간 50분까지 떨어졌다. 이는 2위 SSG 랜더스(2시간 58분), 3위 NC 다이노스(3시간 13분)와 비교하면 매우 짧은 기록이다. 경기 시간도 짧은데 승리도 가장 많이 챙겼다. 8경기에서 7승 1패. 10개 구단 중 가장 효율적인 야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짧은 경기 시간은 한여름 무더위에 매우 효과적이다. 선수들이 뜨거운 그라운드 위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없으니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베테랑 선수가 대거 포진한 KT 선수들이 한여름에도 맹타를 휘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재균은 “투수들이 경기를 빠르게 끌고 가준 덕에 야수들의 체력 고갈도 적어졌다. 투수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비결은 KT 투수들의 볼넷 개수에 있었다. 볼넷이 적으면 경기 시간도 줄어든다. 올 시즌 KT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2.84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2.19개로 더 줄어든다. 이 기간 고영표가 0.21개, 벤자민이 0.87로 압도적으로 적은 볼넷을 내줬고, 쿠에바스와 엄상백도 각각 1.72개와 2.03개로 매우 적었다.
이강철 KT 감독도 “(고)영표를 필두로 투수들이 공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볼넷도 적고 템포가 빨라 경기 시간이 짧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포수 장성우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투수들이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고 빠르게 던지도록 리드하면서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전에는 투구 사이 시간이 길었던 선수가 많았는데 최근에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투수들이 시간을 줄여준 덕에 야수들은 매 경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야수들은 호수비와 불방망이로 투수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최근 지고 있더라도 질 것 같은 경기가 몇 없다. 투수들은 위기 때 추가 실점을 잘 막아주고 타자들은 곧바로 점수를 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라면서 선수단의 선순환을 반가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