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FC서울 구단과 팬들에 ‘또 다른’ 상처를 안겼다. 시즌이 한창인 상황에서 안방 잔디 훼손이 불가피한 콘서트를 개최하더니, 이번엔 공식적인 보도자료에 구단 이름조차 틀리게 적은 것이다. 이번 잼버리 촌극 내내 K리그 등 국내 축구계를 대했던 문체부의 태도를 돌아보면, 단순 실수보단 무지와 무관심에 가까워 보인다.
문체부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복구를 적극지원하겠다’는 내용의 공식 보도자료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FC’와 서울시설공단 측과 협력해 빠른 시일 내 경기장을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공식명칭인 FC서울을 서울FC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구단 명칭은 구단과 팬들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대목이다. 특히 다른 정부부처도 아닌 ‘문체부’ 공식자료에서 나온 오류라는 점에서 구단과 팬들은 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차례 구단과 팬들에 상처를 안긴 데다, 앞서 잼버리 콘서트와 관련해 수차례 K리그를 뒷전으로 뒀던 주체라 아쉬움은 더 크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 예정이던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은 취소됐다. 이미 전북과 인천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문체부는 태풍 카눈을 우려해 전주가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또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잼버리 콘서트 ‘폭탄’이 서울의 몫이 된 셈이다. 시즌이 한창인 데다 이미 경기 일정이 명확하게 공지된 경기장을 문체부가 콘서트장으로 활용하려 하면서 K리그 구단들은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했다.
콘서트 시기 서울이 원정 경기를 치르는 터라 홈경기 일정은 없었지만,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하이브리드 잔디가 크게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금세 현실이 됐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커졌다. 무대가 골대 부근에 설치됐고, 잔디 위에 돌출 무대까지 설치됐다. 잔디 위엔 빼곡하게 의자가 설치됐다. 잔디 관리에 공을 들였던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제 곧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서울 구단이 잔디 훼손에 대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문체부의 보도자료의 요지도 결국은 콘서트로 인한 훼손된 잔디의 복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체부는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며 “무대 등 콘서트 관련 시설 철거가 완료되자마자 서울시설공단에서는 그라운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전용 잔디 보식 등 긴급 복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에 건들지 않았다면 필요 없었을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황당할뿐더러 문제는 잔디가 얼마나 빨리 원상회복이 될지, 원상회복 자체가 가능한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피해 정도가 적어 금세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면 그나마 천만다행일 수 있다. 다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시즌이 한창인 서울 구단과 팬들은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한다. 문체부가 콘서트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K리그와 서울 구단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모를 리 없었을 문제들이다. 다름 아닌 문체부의 공식적인 자료에 등장한 ‘서울FC’라는 명칭은 그래서 더 안타깝기만 하다. 촌극의 연속이었던 콘서트가 끝난 뒤조차, K리그와 서울 구단에 대한 문체부의 존중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