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 별명은 '코리안 몬스터'다. KBO리그 시절부터 '괴물'로 불렸다. 두 번이나 수술로 장기 재활 치료를 받은 그가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연패 스토퍼까지 해내며 '에이스' 수식어도 되찾았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호투, 토론토의 11-4 대승을 이끌고 승리 투수가 됐다. 그가 승수를 추가한 건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에 돌입했다. 이 수술은 고교 시절 이후 두 번째였다. 적지 않은 나이, 토론토와의 계약 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악재를 맞이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이들도 놀랄 만큼 재기를 향한 류현진의 의지는 뜨거웠다. 결국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7월에 돌아오겠다”라고 했던 자신이 약속을 지켰다. 그는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빅리그에 복귀했다.
이 경기에선 5이닝 동안 4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돌아온 것만으로 만족한다”라고 했다. 고비도 있었다.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전에선 무피안타 호투를 이어가던 4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타자의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고 큰 통증을 호소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타박상 진단을 받은 류현진은 로테이션 순번을 거르지 않고, 이날(14일) 컵스전에 나섰고 승리까지 거뒀다.
사실 류현진은 더 큰 시련도 이겨냈다. MLB 진출 3년 차였던 2015년, 왼쪽 어깨 관절 와순 수술을 받았다. 2015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2016시즌은 한 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수술을 받고, 10%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재기했다. 이후 몸 관리에 더 철저해졌고, 컷 패스트볼(커터)라는 무기까지 장착한 뒤 나선 빅리그 두 번째 막에서 이전보다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2019시즌엔 아시아 투수 최초로 MLB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오르기도 했다. 사이영상 후보까지 이름을 올렸다.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까지 해냈다.
토론토 소속으로 뛴 첫 시즌(2020)은 코로나 팬데믹 탓에 1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1선발 임무를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시즌은 14승을 거뒀다. 2022시즌 다시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수술을 이겨내는 모습으로 팀 젊은 투수들에게 귀감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승리를 거둔 14일 컵스전에서도 악재를 겪었다. 1회 초 1루수 브랜든 벨트의 포구 실책으로 위기에 놓였다. 2사 1·2루에서 댄스비 스완슨에게 맞은 적시타는 그의 몫이었지만, 애초에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끝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실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기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 득점을 올리며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 컵스 타선은 4이닝 연속 실점 없이 막아냈다.
류현진은 컵스전에서 팔꿈치 수술, 강습 타구로 생긴 무릎 통증, 야수 실책을 모두 이겨냈다. 토론토는 최근 3연패를 끊고, 66승(54패) 째를 기록,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순위에서 3위를 지켰다.
류현진이 별명 ‘괴물’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까다로운 타선에 맞서 팀 승리를 이끌며 에이스 본능까지 보여줬다. 류현진은 경기 뒤 “모든 구종 제구가 예전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됐다.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라고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