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이 K뷰티 업계 부진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에 호실적을 냈다. 주력 분야인 화장품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갔고, 생활용품이 뒤를 받친 덕이다.
일부에는 애경산업의 브랜드가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만큼, 한발 늦게 날개를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애경산업이 대표 제품인 ‘에이지투웨니스(AGE20’s)’에 각인된 홈쇼핑 분위기를 지우고, 젠지세대(10~20대)를 향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 홀로 선전
애경산업은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3% 성장한 1621억원, 영업이익은 295.4% 증가한 166억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영업이익은 2020년 이후 분기 사상 최대다.
상반기 매출도 날개를 달았다. 애경산업은 올해 상반기를 전년 동기보다 13.3% 성장한 3192억원,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320억원을 달성했다. 역시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애경산업의 두 축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부분이 나란히 선전했다.
화장품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1% 늘어난 611억원, 영업이익은 134.8% 증가한 97억원이었다. 생활용품 사업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6% 성장한 1010억원,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에 1억원에서 올해 6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증권가 전망치를 웃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애경산업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모두 이익 체력이 상승했다"며 "기존 추정치 대비 화장품은 예상 수준이며, 생활용품의 이익 개선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애경산업이 현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11% 늘어난 6800억원,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63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 빗장까지 풀리면서, 애경산업 실적도 청신호를 켰다.
홈쇼핑 물 뺀다
업계와 애경산업은 호실적의 비결로 뼈를 깎는 변화를 꼽았다. 애경산업은 한때 전부와 같았던 홈쇼핑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여나가고 있다.
홈쇼핑은 애경산업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베스트셀러인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를 모두 홈쇼핑에서 키웠다. 비교적 안정적이고 충성도 높은 40~60대 주부들은 최고의 고객이었다. 그러나 홈쇼핑 업계가 저물어가고, 쇼핑호스트의 파워가 떨어지면서 애경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2~3년 전만 해도 홈쇼핑 횟수가 줄어든다는 건 애경산업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애경산업은 과감한 변화를 시작했다. 먼저 홈쇼핑 운영도 효율화를 택했다. 과거만해도 "하루 2회 편성"을 자랑삼아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비교적 패션·뷰티에 방점을 찍는 채널에 젊은 소비자가 많이 보는 시간대를 택해서 들어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견미리와 이나영, 소이현으로 이어지던 주부 타깃의 인지도 높은 모델을 없앴다. 종전보다 경쾌하고 감각적인 한정판 패키지의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고, 협업 및 제품의 제형도 다양화 했다. 올리브영(H&B스토어)에도 들어가 젠지세대에 제품을 알렸다. 이러한 노력의 흔적은 에이지투웨니스 단독몰만 가도 느낄 수 있다. 홈쇼핑에 특화됐던 특유의 뻔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힙한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해외에서도 뻔한 판매 루트는 뺐다. 중국에서는 떠오르는 신규 동영상 플랫폼인 '콰이쇼우'와 '틱톡'을 통해 현지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제품을 알렸다.
그 덕에 중국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전년 대비 22.6% 증가한 157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업계는 젊어지기 위한 애경산업의 노력이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MZ세대를 타깃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출시하고 젊은 층 소비가 많은 유통 채널을 넓히는 등 구매 연령층을 낮춰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 과거에는 40~50대가 우리 제품을 가장 많이 샀다면 이제는 30대가 주 소비층이 될 정도로 젊어졌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