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배드민턴 '샛별'이었던 안세영(21)은 이제 '최강자'로 아시안게임(AG)에 나선다. 설렘으로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 대강당에서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오는 21일부터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내달 개막하는 항저우 AG를 앞두고 김학균 총감독 이하 선수단이 현재 컨디션과 목표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선 대표팀 간판선수 안세영을 향해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그는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AG 가장 유력한 금메달 획득 후보다. 어느덧 마이크를 잡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입담을 과시할 만큼 인터뷰가 익숙해진 안세영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내가 하고 싶은 배드민턴을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안세영은 배드민턴계 아이콘이다. 올 시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최 대회에 12번 출전해 11번 결승에 올랐고, 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배드민턴 윔블던’으로 불리는 전영오픈에서 금메달을 획득,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단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 7월 열린 코리아오픈과 일본오픈 결승전에선 각각 타이쯔잉(대만·랭킹 4위)와 허빙자오(중국·랭킹 5위)를 압도하며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랭킹 포인트 10만 3914점을 쌓은 안세영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BWF 여자단식 세계랭킹에서 종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1만 1917점)을 2위로 밀어내고 시니어 무대 데뷔 뒤 처음으로 랭킹 1위까지 올라섰다.
중학교 3학년었던 2018년,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셔틀콕 천재'로 기대받던 안세영은 이제 '여제'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덴마크 세계선수권은 일인자 위치에서 출전하는 첫 국제대회. 안세영은 "솔직이 부담감이 조금 있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웃어 보이며 "랭킹 1위로 뛰게 되는 대회에 설렘이 크다. 기대도 크다. 그 자리(랭킹 1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항저우 AG를 앞둔 각오도 마찬가지다. 안세영은 5년 전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선 1회전에서 천위페이(중국·랭킹 3위)에서 게임 스코어 0-2로 완패했다. 세계 무대에선 햇병아리였던 안세영은 자카르타 대회 이후 더 독한 마음으로 훈련에 매진했고, 꾸준히 성장하며 마침내 정상에 섰다. 지난해까지 1승 8패로 밀렸던 천위페이에게 올해는 4승 2패로 앞섰다.
안방에서 출전하는 천위페이는 항저우 AG에서도 안세영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이에 대해 안세영은 "그 선수에게 이겼을 때도 힘겨운 경기를 했다. 아직 천적 관계를 지운 건 아니다.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라면서도 "천위페이가 고향(중국 항저우)에서 AG에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회 장소가 어디든 개의치 않는다. 즐겁게 경기를 치르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코리아오픈을 앞두고 안세영이 세계 톱랭커들과의 승부에서 맞춤형 전략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김학균 감독은 가장 최근 대회였던 일본오픈을 지켜보며 "예전에는 상대가 (안)세영이를 끌고 다니는 스트로크를 했지만, 이제는 그 선수들이 끌려가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 이를 위해 노력했는데, 이제는 본인(안세영) 옷에 맞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안세영의 경기력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였다.
자카르타 AG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은 한국 배드민턴은 김학균 감독 체제 아래 전력이 급상승, 이번 항저우 AG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여자단식 안세영을 필두로 여자복식에서도 금메달 획득이 기대된다. 김학균 감독은 "단체전 성적 시너지가 개인 종목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