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후반기, 유독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백업’ 포수가 많다. 안방 뎁스가 두꺼운 팀은 강해진다.
8월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은 롯데 자이언츠 포수 정보근이다. ‘수비형’ 포수로 평가 받던 그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8월 출전한 13경기(7선발)에서 타율 0.536를 마크했다. 2루타 3개, 3루타 1개, 홈런 1개가 있다. 홈런은 지난 2일 리그 평균자책점 1위(1일 기준 1.74)였던 NC 에이스 에릭 페디에게 때려냈다. 16일 SSG 랜더스전에선 대타로 나서 롯데의 승리(스코어 7-4)를 이끄는 결승타를 쳤다.
롯데는 이미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손성빈이 메이저리거급 강견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리플레이 제조기’로 불릴 만큼 강하고 빠르며, 정확한 송구를 보여준 선수다. 현재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주전’ 유강남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롯데는 안방 전력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도 기류가 묘하다. ‘주전급’ 내야수 류지혁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영입한 김태군을 주전으로 내세웠는데, 한준수라는 새 얼굴까지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뎁스 강화를 이끌고 있다.
2018년 1차 지명 유망주로 기대받았지만, 지난 시즌까지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한 한준수는 6월 말부터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한 경기 3안타’ 퍼포먼스만 두 차례 해내는 등 타석에서 먼저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신인 선발 투수 윤영철과 좋은 배터리 호흡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김종국 감독도 경험에 비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준수를 향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주전-백업이 바뀐 것 같다.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던 김동헌이 WBC 국가대표 포수이자 리그 대표 베테랑 이지영보다 선발 출전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엔 이지영이 컨디션 관리로 휴식을 받으며, 일주일 내내 키움 안방을 지키고 있다.
김동헌은 다부진 타격과 연차 대비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일찍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세대교체 기조 속에 선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팀에도 포수 두 자리 중 한자리를 차지했다. 주전 포수로 남은 정규시즌을 보내면, 데뷔 첫 시즌부터 600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다. 현역 최고 포수 강민호(삼성) 양의지(두산 베어스)도 겪지 못한 일이다.
최근 양의지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경기력이 떨어진 두산도 공백을 메운 백업 포수 박유연이 공·수에서 활약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체력 저하에 시달리고, 부상 변수가 많은 여름 그리고 정규시즌 막판, 안방 조연들의 주연급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