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의 트레이드 마크는 강속구다. 지난 4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그는 160.1㎞/h 직구를 포수 미트에 꽂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가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국내 투수가 160㎞/h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 종전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은 2012년 9월 최대성(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기록한 158.7㎞/h였다.
문동주의 지난 4월 직구 평균 구속은 151.7㎞/h, 5월에는 152.3㎞/h로 더 빨랐다. 직구 비율도 전체 구종 대비 51.1%에서 8.2%포인트(p) 오른 59.3%였다.
6월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달을 거듭할수록 직구 평균 구속이 조금씩 하락했다. 7월 150.5㎞/h에 이어 8월에는 149.1㎞/h까지 떨어졌다. 문동주의 월별 직구 평균 구속이 150㎞/h를 넘지 않은 건 8월이 처음이었다. 신인 자격을 갖춘 프로 2년 차인 그가 체력적인 부분에서 벽에 부딪힌 걸까.
문동주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스피드(구속)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지만, 또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것도 같이 깨닫고 있다. 풀 타임으로 뛰는 첫 시즌이기 때문에 나만의 데이터가 사실 없다고 생각한다. 그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서 힘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구를 잘 치는 팀이 있고 그렇지 않은 팀이 있다. 직구 컨디션이 안 좋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직구를 덜 쓰는 게 맞다. 매 경기 다르다"며 "구속은 더 낼 수 있다. 다만 (현재) 기록이 좋기 때문에 굳이 뭘 추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수들이 힘을 빼는 건 쉽지 않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젊은 투수라면 더욱 어렵다. 문동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 구속이 아닌 완급 조절에 집중한다.
문동주의 올 시즌 2스트라이크 이전 직구 평균 구속은 150.7㎞/h, 2스트라이크 이후엔 152.3㎞/h로 더 빠르다. 초구 직구 평균 구속은 149.9㎞/h로 채 150㎞/h가 되지 않지만, 풀카운트에선 153.1㎞/h까지 찍힌다.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으면 힘을 빼고 집중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면 구속을 올린다.
그는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는 그만큼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스피드가 나오는 거 같다. 다만 경기마다 게임 플랜이 다르다. 매 경기 완급 조절을 하고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평균 구속은 시즌 초처럼 던지라고 하면 (그 구속이) 나올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4~5월의 구속을 기록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의미다.
힘을 뺐다고 해서 위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는다. 8월 월간 직구 피안타율이 0.188이다. 시즌 성적도 17일 기준 7승 7패 평균자책점 3.28로 안정적이다. 직구 평균 구속이 가장 빨랐던 5월 잠시 주춤(4경기, 평균자책점 8.22)했지만 이후 제 궤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구속을 낮추니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린다.
문동주는 "직구를 던지기 전에 빌드업이 중요한 거 같다. 피칭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