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만년 백업’ 선수가 주전으로 도약할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정훈(28)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롯데는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며 동력을 얻었다. 두산 베어스에서 방출된 외야수 안권수가 타선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고, 2022시즌 4경기(1군 기준) 출전에 그쳤던 2년 차 외야수 윤동희도 주전으로 올라섰다.
7월 한 달 동안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승률(0.294·5승 12패)에 그치며 4위에서 7위로 떨어졌지만, 백업 포수였던 정보근이 8월 출전한 15경기에서 5할(0.529) 대 타율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보여줬다.
정보근의 바통을 이어 받은 선수가 이정훈이다. 그는 8월 출전한 18경기에서 타율 0.438(48타수 21안타)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훈은 롯데가 6-7로 석패한 2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타석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1회 초 2사 후 안타를 친 뒤 후속 타자 2루타로 선취 득점을 했다. 2회는 2사 만루 기회에선 우중간 안타로 2·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정훈은 4회도 안타 1개 더 추가했다. 이 경기 5타수 3안타. 8월 세 번째로 한 경기에 3안타를 쳤다.
이정훈은 2017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94순위)로 KIA 타이거즈 지명을 받았다. 포지션이 포수였던 그는 KIA 소속으로 뛴 6시즌(2017~2022) 동안 61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2022)이 끝난 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KIA 퓨처스팀 감독을 맡았던 시절 이정훈을 직접 지도했던 박흥식 현 타격 코치에게 의견을 묻고, 좋은 평가가 나오자 바로 영입 절차를 밟았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정훈은 타격을 살리기 위해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했다. 실전에서 외야 수비를 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뒤 지난 7월 중순 1군에 콜업됐다. 주로 왼손 대타로 나서다가 지명타자(DH) 기회를 얻었고, 2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선 처음으로 선발 외야수(좌익수)까지 맡았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현재 외야진은 안권수·윤동희·김민석이 주로 나가지만, 이정훈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는 8월 둘째 주 이후 치른 네 차례 3연전에서 3번 위닝시리즈(2승 이상)을 거뒀다. 재도약을 노리는 롯데에 이정훈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